소설계에 여성세력군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최근 윤정모 송우혜 허수경 서하진씨등 문체나 기법등문학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여성작가들의 장편소설과 작품집이 잇따라 나왔다.
중견작가 윤정모씨의 장편 나비의 꿈 (1,2권.한길사 펴냄)은 지난해 10월 베를린에서 타계한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 세계를 다루고 있다.
윤씨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3년여에 걸쳐 윤이상씨 고향인 경남 통영과 피란지 부산을 현지 답사하고 그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증언을 들었다. 윤씨는 특히 윤이상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큰 비중을 두고 서술, 한시대를 풍미한 한 음악가가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동백림 사건 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정이 파괴되는 고통과 아픔까지 감수해야했으나 음악과 민족이라는 두 개의 화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윤이상의 내면 세계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68년 장편 무늬져 부는 바람 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윤씨는 장편 고삐 ,들 과 소설집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등을냈다.
송우혜씨의 장편소설 하얀 새 (푸른 숲 펴냄)는 17세기 병자호란 당시 명문사대부 가문의 젊은여인 이승효의 삶을 통해 남성중심적이고 명분지상적인 사회 제도와 의식속에서 이 땅의 여인들이 겪었던 희생과 그 극복을 생생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포로로 청국에 끌려갔다 돌아온 승효는 물로 몸을 씻음으로써 살아서 포로가 된 죄 를 씻기 위한 홍제원 목욕 을 강요당한다. 이 뿐만 아니라 시집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자 승효는 이것이 사회의 지배 논리임을 깨닫고 일방적인 굴종을 단호히 거부하게 된다. 송씨는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참담하게 져 임진왜란에 비해선 거의 소설화가 되지 않은 병자호란에 대해 심양일기 등 역사적 자료들을 면밀하게 검토, 후세에 잊혀진 전쟁 을 복원해내고 있다. 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송씨는 장편소설 저울과 칼 , 투명한 숲 등과 윤동주평전 , 다수의 독립운동사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허수경씨의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 (문학동네 펴냄)는 상처받은 영혼들의 쓸쓸함과 회상과 유랑을 통해 자기 정체성의 회복을 탐구하고 있다. 한국 출신의 나와 독일 태생의 슈테판, 레바논 출신의 파델등 세 화자의 회상으로 이뤄지는 이 소설은 문제적 가족 상황과 사회역사적 상황과 연관되는 비극적 삶을 보여주지만 삶의 영원한 본질에 대한 모색을 멈추지는 않는다. 87년 실천문학 을 통해 등단한 허씨는 시집 혼자가는 먼 길 등 2권의 시집을 냈다.
94년에 등단한 서하진씨의 첫 소설집 책 읽어주는 남자 는 소설쓰기가 곧 삶 그 자체라는 작가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는 그림자 당신 등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申道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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