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암 사망률 세계 1위.

"간염부터 다스려야"얼마전 통계청이 펴낸 통계로 본 세계속의 한국인 이란 자료에서 나타난 달갑잖은 기록이다. 이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10만명중 23.4명이 간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35.9명), 위암(29.3명), 고혈압성 질환(26.2명)에 이어 국내에서는 사망원인으로 네번째에 머물렀지만, 세계에서는 간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난 것이다.이같은 통계수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肝의 질환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이야기이면서, 다른한편으로는 사망률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말도 된다.

아무튼 앞으로는 치료술의 발달도 발달이거니와 일반인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肝의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어떤 사람이 간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는가를 안다면 그런 사람은 조심을 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하여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귀중한 생명을 지킬수도 있다. 바로간염바이러스 보유자, 만성활동성 간염및 간경화 환자들이 그들이다.

간경화도 간염에서 진행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국 간염바이러스 보균자, 혹은 환자가 간암에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간암에 관하여 이야기 하기전에 간염에 대한 것들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간염의 원인은 바이러스, 약물, 알코올, 선천적 대사이상, 각종 기생충 곰팡이 세균의 감염, 심부전과 쇼크 등 크게 여섯가지로 나눌수 있다. 이중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다. 알코올에 의한 것은 지난 회에서 잠시 살펴본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간염은 B형.

우선 B형 간염의 개요를 알아보자.

간염에 걸렸다는 말은 간세포에 간염바이러스가 침투한 상태를 말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마치허물을 벗듯이 껍질을 벗어내면서 증식한다. 이때 이 껍질이 간세포 밖, 즉 혈액속으로 나온다.이것을 표면항원 이라고 한다.

표면항원이 핏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곧 바이러스 원체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염위험이 있는 상태이다.

우리 몸은 외부의 적에 대해 스스로 방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해서도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벗어놓은 껍질, 즉 표면항원을 보고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이에대한 저항태세를 갖춘다. 이때 저항군 역할을 하는 것을 핵항체 라고 한다.

비유하자면, 적이 쳐들어와서 진지를 구축하면(간염바이러스에 감염) 병력을 동원하여 적의 본거지를 공격할 주력부대를 편성하는 것(핵항체 형성)과 같은 것이다. 우리 몸의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적(간염바이러스)의 흔적(표면항원)만 보고도적의 성질을 파악하여 격멸시킬 수 있는저항군(핵항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핵항체가 만들어지면 이어서 B형 간염바이러스의 껍질에 대한 항체(표면항체)가 만들어진다. 다시 비유를 하자면 도처에 깔린 적의 병사들(표면항원)을 일소하는 저격수(표면항체)인 셈이다.핵항체와 표면항체가 만들어지면 B형 바이러스에 대해 완전 면역이 생긴 것이다. 즉 바이러스가증식하면서 껍질을 배출해도 표면항체가 즉각 잡아먹어버리기 때문에 우리 몸에 해로운 활동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그러나 표면항체가 생기는 사람은 B형 간염에 걸린 사람중 20~40%에 불과하다.이같은 작용을 바탕으로 B형간염 감염여부를 진단한다.

즉 피속에서 바이러스의 껍질, 즉 표면항원이 발견되면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표면항원을 배출하는 사람은 실제 감염자의 6~7%에 불과하므로 표면항원 검사만으로는 감염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보다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은 핵항체검사. 간염에 걸린 환자의 약 80%가 이 반응을 나타내므로핵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나면 현재 B형 간염에 걸려있거나 과거에 앓았다는 증거가 된다.따라서 표면항체와 표면항원 검사만으로는 검사의 신뢰도가 뚝 떨어진다. 핵항체 검사 후에 표면항원 및 표면항체검사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李敏浩(한양대 의대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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