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권층은 골프를 배워라

뉴욕타임즈는 골프를 고약한 역병(疫病) 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30여년전의 골프에 대한 미국 언론의 감각이었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5백여년전부터 있어왔다.

골프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는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왕명(王命)으로 골프가 백성들과 병사들의 무 예훈련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전국민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린적이 있었다니까. 골프가 들어온지 70여년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도 최근 골프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소문으로 정.관 (政.官)계의 분위기가 냉각돼 있는 모양이다.

골프장마다 공직자들의 예약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막상 금지령의 진원지로 지목된 청와대쪽은 금지령을 내린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선거가 끝난지 2개월이 넘도록 다 꾸며준 국회개원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난데없는 골프 사정(司 正)소문이 헛떠도는것 자체부터 공직자 골프금지의 취지야 어떤것이든 일단 국민들 눈에는 곱게 비쳐지지 않는다.

더구나 공직자 골프금지령 논란은 3년전 김대통령의 취임직후 부터 간간이 있어 왔던 해묵은 얘 기다.

취임초 골프는 재미는 있지만 일하는 시간을 많이 뺏고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기 때문에 임기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 는 말 한마디가 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잖느냐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초 법적인 권위로 공직자들의 기를 눌러온게 사실이다.

세계화된 문민시대에 통치자의 레포츠에 대한 사적인 인식이나 기호감각에 따라 공직자와 경제인 들이 오락과 스포츠를 제한적으로 선택하고 눈치봐가며 즐겨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골프자체가 좋으냐 나쁘냐는 논란은 개개인이 판단할 몫이다. 칠것이냐 말것이냐는 선택도 마찬 가지다.

레포츠가 보이지 않는 권위주의에 의해 규제되는 것과 마약이나 도박이 규제돼야 하는것과는 다 르다.

물론 일부 공직자들이 골프를 통해 업자와의 유착이나 비리를 만들어 내는 풍토는 규제돼야 되겠 지만 그러한 부정은 굳이 골프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매개될수 있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 너희들도 좋아하지 않는게 좋다는 식의 묵시적 통제가 권위로 치장돼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골프논란만 해도 정말 금지쪽의 권위가 서있으려면 단 첫마디 만으로도 임기 끝까지 전 공직자가 골프를 삼가는 분위기가 지속됐어야 했다.

그러나 번번히 골프장 암행감사설이 나오고 그때마다 잠시만 몸을 사리고 눈치나 살피는 풍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깅은 좋은 건강법이다. 대통령은 조깅을 즐긴다. 그렇다고 사천만 국민이 다 새벽마다 조깅을 나가지는 않는다. 그러면 국민들이 권위를 무시한 것인가.

칼국수는 가끔은 좋은 건강식이 될수 있고 검소한 식탁을 만든다. 대통령은 칼국수를 즐긴다. 그 렇다고 사천만 국민이 다 칼국수를 따라 즐기지는 않는다.

그것이 지도자의 권위가 서지 않아서라고 말할수 있는가. 이치에 닿지 않는 논리다. 같은 논리로 지도자가 골프를 치지 않으면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아야만 충직한 공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 사람들이 생활체육을 즐기는 자세는 우리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필요하고 좋아하면 즐기고 자기가 싫으면 안하는 선택의 자유와 권한은 자연스럽게 던져 두는것 이 옳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 문민정부의 레포츠에 대한 인식수준은 왕조시대보다도 후퇴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조선조 영친왕도 지금의 서울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18홀짜리 골프장 대지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거금 2만원의 건설비까지 하사하셨는데 말이다. 조깅은 조깅대로 골프는 골프대로 나름나름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

억지 과반수 시비로 국회가 저모양이 된것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 남에게는 좋을수 있고 내 가 좋아하는 것이 남에게는 싫게 여겨지는 것이 될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어깨에 힘을 빼고 고개를 숙이는 것부터 배워야 잘 된다는데 과반수 강행에 의한 파행국 회등을 생각하면 골프야말로 여권 집권층이 금지할게 아니라 배워볼만한 레포츠다. 문민정부 남 은 기간동안 유연하고 자연스런 발상의 변화가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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