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우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으며 더불어 사는 여유로움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듯하다. 오늘날 집단적 이기주의라든지, 개인적 이기주의라는 말들을 하고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있다. 그래서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뒤돌아 보게 된다.

근래에 지리산에 있는 쌍계사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사찰의 수호신상인 목장승을 보았다. 그 목장승은 사찰을 지켜주는 호법신으로서의 역할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버티고 있는듯 했다.

원래 장승의 의미는 경계표시나 이정표, 수호신으로 세워졌으며 그 기원은 솟대(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 기둥위에 앉힌 마을의 신앙대상물), 선돌, 돌무더기, 신목, 신당등과 함께 농경문화의 주술적인 조형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생김새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보는 이의 관조에 따라 풍겨내는 형상이나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툭 불거져 나온 듯한 눈망울, 치켜 올라간 부릅뜬 눈꼬리,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주먹코, 귀밑까지 찢어진 입술, 드러낸 송곳니…. 이러한 외형들은 익살스럽게 보면 익살스럽고, 무섭게 보면 무섭다. 추하게 보면 그럴수 없이 추하고, 아름답게 보면 은근한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근원적 형상을 드러내 놓는 장승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표출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공동체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즉 더불어 사는 생활의 모습들을 돌이나 나무등을 통해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소박한 심성을 꾸밈없이 드러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변함없는 여유로움을 안고 있는 장승은 오늘날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해 참 소중함이 무엇인지 말하려는 듯하다.

〈판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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