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월, 호국의 달에...

세계 각국의 국가원수들이 다른나라를 예방할때 어느나라고 거의 예외없이 정해진 코스처럼 방문 하는 곳이 있다. 전몰장병의 영령을 모신 위령탑이나 기념관, 국립묘지같은 호국정신을 기리는 곳 이다.

헌화와 묵념의 조문을 하는 의례의 상대가 방문국 상대의 입장에 따라서는 한때 적국이며 침략군 일 경우도 있고 우방군일수도 있지만 어느쪽이든 자국으로서는 조국과 민족의 평화와 정의를 위 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애국영령들로 존중된다.

그들이 전쟁이 끝난지 수십년 또는 수백년이 지난날 까지도 국민과 외국원수들로 부터 추모의 사 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목숨이라는 가장 소중한 희생을 자유와 평화,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을 지키기위해 바쳤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희생이 그렇겠지만 죽음이란 것도 때로 왜,무엇을 위해 희생했느냐에 따라 영원한 추모의 사랑을 받을수도 있고 무의미한 희생과 죽음이 될수도 있다.

6.25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군경전몰유공자들도 우리에게는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는 호 국의 넋이며 참 나라사랑의 본을 보여주는 귀감이다.해마다 6.25를 상기하는 호국의달을 보내면서 도 희생의 의미 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잘못 짚은 편 견인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희생을 바치거나 당하는 걸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다. 적어도 어린 학생들까지 낙동강 방어선 참호속에서 기꺼이 죽어갔던 근 반세기전의 6.25세대에서 가질수 있었던 희생정신 을 오늘날 같은 농도로 기대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희생당하는 자는 따로 있고 희생된 자들이 남긴 평안과 여유와 풍요는 어김없이 또 더 많이 누리려는 이기적 희생 떠 넘기기 현상이 번져가고 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희생은 남이 하는 것 으로 인식하는 개인적 이기심이나 집단이기주의에 의 해 결국은 다함께 더 큰희생을 떠안게 되는 예를 날이갈수록 더 빈번히 보게 된다. 님비현상 하 나만 해도 희생은 남에게 떠넘기고 혜택은 내가 맛보자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나는 전기를 싸게 편리하게 써야하되 발전소는 남의 집옆에 세워야 하고 나는 흥청망청 먹고살되 쓰레기 처리장은 남의 희생에 떠넘기겠다는 희생기피 풍토는 자칫 전쟁이 나면 전사(戰死)는 남 이 당하고 나는 방공호속에서 내가족과 살아 있어야 한다는 이기심으로 번지지 않으란 보장이 없 어보일 정도다.

모든 희생이 꼭 목숨을 바쳐야만 숭고한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가치있는 희생의 형태는 저마다 조금씩 달라야 하고 다를수 있다. 로마 기독교 박해 시절의 순교는 사자밥이 되면서도 배신을 안 한채 죽어가는 것이 신앙적 희생의 가치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신앙세계든 속세의 생활인이든 교회활동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작은 희 생이 될수 있고 동전 몇푼의 헌금이라도 희생의 표현이며 실행이 될수 있다. 꼭 목숨을 바쳐야만 큰 희생이라는 희생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희생은 뒤집 어 보면 어떤 형태의 것이든 자기손해를 보는 것이다.

정치인은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무엇을 손해보고 희생해야 되는 것인가를 먼 저 생각한다면 겉도는 국회개원 문제쯤은 쉽게 풀릴수 있을 것이다. 하긴 애초부터 정치집단에게 희생이란 단어는 없었던게 우리의 역사였긴해도…. 최근 여기저기 불거지고 있는 파업투쟁이나 노사문제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불안한 정황이 아니다. 한. 양약 분쟁도 마찬가지다.

분쟁의 불씨는 서로가 희생자라고 여기는 희생에 대한 인식차이 때문이다. 호국영령의 희생은 국 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이었지만 오늘날엔 거꾸로 이익집단과 정치세력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 가와 경제와 국민이 희생당하고 있다. 버려야 얻고 죽으면 산다는 말은 희생의 기준판단을 적절 히 깨우쳐 주는 말이다.

지금 이시대 우리는 각자의 위치와 입장에서 무엇을 얼마나 많이 희생해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 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어낼수 없다. 호국의 달에 목숨까지 바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권력과 재물같은 하찮은 희생을 아끼며 싸우는 부질없는 욕심이 얼마나 부끄럽고 어리석은 승리 인가를 느낄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6월,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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