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근대화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우리 탓으로 잃어버린 고유한 것이 수두룩하다. 귀중한 문화유산이유실되거나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훼손된 것은 물론이요, 민족적 정서나 가치관도 적지않게 변질되었다. 아쉬운 것중에 특히 고유한 가치가 있으니 바로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은 한마디로 디자인이나 산업계현장에서 지주가 되는 투철한 직업윤리였다. 우리 전통적민족문화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장인정신은 다양한 생필품에서부터 아름다운 민속공예품이나 멋진 한옥은 물론 은근한 정원에까지 살아숨쉬는 민족정서를 불어넣는 요체였다. 그러한 일을 천직으로 하였던 장인은 비록 양반대우를 못받은 계급이었지만 그 직업적 자존심이나 비밀스러운 노하우 는 실로 대단하였다. 그들이 지녔던 직업적 의식은 마치 굳은 절개와 같아서 돈이나 권력으로도 따질 수 없는 콧대높은 것이었다. 즉 장인은 그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함께 갖추어야 비로소가능하였다.

옛장인의 그것에 비하여 요즈음 전문가의 직업적 자존심과 솜씨는 어느 정도일까? 과연 목수나정원사, 공예가,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품질은 옛 장인의 솜씨에 견줄 만한가? 그래서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가? 그 대답은 아마도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전문가는옛 장인처럼 갈고닦는 노력과 정성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한다. 시간도 너무 없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돈 탓이다. 더구나 우리는 마무리가 약하다고 한다. 또한 통쟁이 마당나무라듯 여건 탓이나남탓을 잘한다. 특히 공동작업은 더욱 해이해져서, 나누어진 분업 탓에 서로 자기 몫만 우기고 잘했다고 하지만 전체 작품은 엉망이 된다.

이제 현대는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골드컬러 시대이며, 디자인이 상품의 질을 결정하는소비시대다. 관계부처나 단체의 대책과 산업계나 교육계 일부 전문가의 노력도 대단하다. 또한 전통을 이어가는 인간문화재도 건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타까운 것이 디자인산업계의현실이다. 월드컵 같은 행사에 매이는 건설현장도 문제이지만, 당장 내년이면 외국의 전문가가 밀려들어온다. 우리의 장인정신, 그 당당한 자존심과 빼어난 솜씨를 되찾는 지혜가 아쉬운 시기이다.

〈영남대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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