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틀란타올림픽 카운트다운

"북한 스포츠"

북한이 국제스포츠계의 품으로 돌아온다.지난 3년동안 국제스포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철저한 고립을 자초해온 북한은 다음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막되는 하계올림픽대회에 출전, 지구촌 가족의 일원으로 복귀하게 된다.북한은 지난 93년 5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제1회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한 것을 끝으로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종적을 감춘 채 외부세계와 담을 쌓고 지내왔다.탁구와 축구의 남북단일팀 출전 등 비교적 활발한 교류를 계속해오던 북한이 스포츠 분야에서마저 갑자기 고립주의로 돌아선 배경은 아직 정확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공산권 해체에 따른 외부의 개방파고가 밀려들고 있는 와중에서 내부 전체적으로 통제를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제고된 데다 경제적인 피폐화로 선수단의 출전경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당초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은 그러나 올해들어 참가쪽으로 방침을바꾼 뒤 종목별 올림픽 예선전 등 잇단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비교적 분주한 모습을보여왔다.

북한이 이처럼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바빠진 데는 그동안 올림픽예선등 국제대회에 불참해온 탓으로 종목에 따라서는 출전자격을 얻지못해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수 없게된 때문이다.북한은 지난 2월 태국 복싱대회를 시작으로 탁구, 레슬링, 역도 등의 종목별 예선전에 잇따라 출전, 올림픽티켓을 따내고 있는 한편 시기를 놓쳤던 유도, 체조 등 일부종목에서는 와일드 카드(주최측 추천)로 출전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오는 20일 개막되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남녀 마라톤을 비롯, 탁구, 레슬링, 역도, 사격,체조, 수영, 복싱, 유도 등 9개 종목에 걸쳐 모두 24명의 대표선수들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 선수단은 북한올림픽위원회(NOC)의장웅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고 본부임원과 코칭스태프, 의료진, 취재기자 등을 합쳐 70명 정도의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복싱, 레슬링 등의 격투기 종목과 탁구, 체조 등의 종목에 강세를 보여왔는데이번에도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2~3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5개를 따냈던 북한은 이번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유망주로 레슬링의 김일과 역도의 김명남, 체조의 배길수 등 3명을 꼽고 있다.레슬링 자유형 48kg급에 출전하는 김일은 지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공화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이룩하고 싶다 며 강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바르셀로나에서 75kg급 동메달을 획득했던 역도의 김명남은 한체급을 내린 70kg으로 출전하는데 지난 4월 올림픽 아시아최종 예선전에서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 금메달에 바짝 다가서 있다는 평가다.

안마의 달인 으로 통하는 체조의 배길수는 바르셀로나 금메달과 92, 93년 세계선수권 2연패에이어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있어 북한에서는 금메달은따논 당상 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북한이 3년만의 외출 을 하게되는 이번 애틀랜타 올림픽이후에도 계속 국제스포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지의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북한은 마지막 참가했던 상해 동아시안게임때만해도 95년 제2회대회까지 평양에유치할 만큼 강한의욕을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대회를 반납하고 빗장을 굳게 걸어잠근데서도 알 수있듯이 스포츠 교류를 막는 내부의 가변적인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북한의 이번 애틀랜타올림픽 참가는 스포츠 교류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주최국미국을 의식한 제스처 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라크를 포함, 1백97개 IOC 회원국 전체가 참가를 약속한 마당에 북한이 불참한다면 근대올림픽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고의 올림픽 을 꿈꾸는 미국의 야심에재를 뿌리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한국을 무시한 채 미국과의 단독 접촉을 고집해온 북한으로서는 올림픽참가로 일단 미국의 비위도 맞추고 앞으로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명분도 쌓겠다는 의도가 고려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그동안 북한의 참가를 막아왔던 내부 요인들이 극적으로 호전될 기미를보이지 않고 있는상황에서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가 1회성 외출 에 그칠지, 아니면지구촌 가족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계속 동참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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