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확정.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물가안정과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적자를 가능한 한 축
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앞으로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비용-저능률 구조의 개선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수출산업의 저변을 확충하겠다는
정책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경제운용방향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안정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
운데 단기.대증적인 대책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초에 전망했던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2배로 확대한 것은 정부의 경제예측능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액의 17%%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으며 해외여행객이 늘어나고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져
무역외수지 적자폭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성장률이 지난해 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뒤늦게 경상수지 적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앞으로 경상수지, 물가 등
경제현안에 대한 실상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수립한 경제운용계획의 각론부문도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대목이 많으며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
다.
또 대부분의 대책들은 참신성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책을 종합.정리한 것들이다.
우선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억제목표 4.5%%를 고수하기로 했으나 이같은 목표를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6월말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말대비 3.8%%에 달해 4.5%%를 0.7%%포인트 남겨놓고 있다.
그런데 교육세 부과에 따라 지난 1일 담뱃값, 석유류값이 인상됐으며 서울시에서는 버스요금을 3백40원에서 4백원으로 대폭 올려 이들 세가지 요인만으로도0.5%%포인트의 상승요인이 된다.
또 앞으로 인천시, 부산시 등에서도 버스요금의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택시, 지하철요금 등도 들먹거리고 있으며 각종 개인서비스요금의 연쇄인상이 우려되고있다.
정부는 공공요금의 연내 인상을 억제하고 개인서비스요금의 부당.편승인상을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며 농산물과 공산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고다짐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요금현실화 요구와 낙후된 유통시설이 물가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비용-저능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 및 금리를 안정시키고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방침도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올들어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의 임금은 이미 지난 1.4분기중 15.6%%나 상승했으며 연초에 하락세를 보이던 시중금리도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고비용-저능률 구조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예산구조상 인건비,방위비 등 경직성 경비가 많은 데다 교육, 농림수산, 복지 부문에 대한 재정수요도 만만치 않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재원은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한국통신 등 공기업의 주식매각을 통한 민영화 방안도 증시가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력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만명을 추가 도입하고 이들의 연수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계획도 근시안적 대책이며 부작용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4월말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모두 17만6천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54%%인 9만5천여명은 불법체류자로 이들은 갖가지 사회문제를 유발시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의 수입을 계속 확대하는 것보다는 사양산업의 잉여인력을 성장산업에 투입하기 위한 재교육을 강화하고 서비스 부문에 대한 과다한 인력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이번 운용방향에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불요불급한 경상경비를절감하고 공무원 정원증가 및 조직확대를 억제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근검.절약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혀 일단 시의적절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각종 선심성 예산의 대폭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에서 각종 협회, 단체 등에 지원되는 보조금 및 출연금을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문제가 과연 쉽사리 실행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해외여행객과 사치성소비재의 수입이급증하는 등 국민들의 과소비가 만연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수단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재경원 관계자는 자율화, 개방화가 진전되고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단계에서 정부가 과거와 같이 주도적으로 경제정책을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면서 기업은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근로자는 생산성 범위내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국민들은 근검.절약하는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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