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명칭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 대상에 대한 명명행위는 곧그 명명자의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까지 나타내기 때문이다. 즉 이름붙이기는바로 이름붙이는 자와 그 대상 사이의 관계맺는 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필자는 70년대 중반에 대학에 들어가 90년대 중반까지 20년간을 다녔다. 그동안

대학구성원간에 사용하는 호칭에서 많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70년대에는 오빠, 선배님등의 호칭이 주로 사용되었다.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계승되던 다소 보수적인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이때는 군사정권, 특히 유신정권이 지배하고 있던 때로, 남자는 남성다웁고 여자는 여성다움이 강조되던 시대이다. 기억해보라, 군인도 아닌 학생이나 일반시민들도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하고 노래를 무의식중에라도 따라부르지 않았던가.

80년대에는 또 얼마나 큰 지각변동이 있었는가. 지금도 80년대 대학을 다닌 여자후배들은 나를 형이라고 부른다. 대학에서 여자후배가 남자선배를 형이라고부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초이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에는 남자후배가 여

자선배를 형이라고 부르게까지 되었다. 이것은 단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대등하다는 논리의 산물이다. 80년대 진보적 사고가 페미니즘과 결합된

모습이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와서 다시 오빠란 호칭으로 되돌아갔다. 이제는 거꾸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차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남성다움은 넉넉함을 지닌 영웅적 모습이 아니라 사나울 정도로 와일드함으로, 그에 맞추어 여성다움은 날씬한 몸매, 두꺼운 화장, 야한 옷차림으로.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가. 배꼽티를 걸쳤음에도.〈시인.대구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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