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

옐친, 승리는 했지만

결선투표까지 간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보리스 옐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옐친의 맞수였던 겐나디 주가노프는 공산당을 재건하고 민족주의자와 온건 좌파들을 결속, 러시아 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으나 현직 대통령인 옐친의 카리스마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통한 개혁정책에 불만이 없지 않았으나 옛소련과 같은 공산체제로의 회귀만은 거부했다. 이는 개방 개혁정책이어느정도의 혼란과 빈부의 격차를 벌이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노동과 공동분배로 설명될수 있는 공산치하가 되면 또다시 인권을 억압하는 공포정치가 계속될까봐 옐친에게로 돌아선것 같다. 美國을 비롯한 서방선진국들도 러시아 국민들의 선택을 민주주의의 승리 라고 격찬하면서 공산정권의 부활이란 재앙을피해나간 그 지혜를 높이 사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옐친이 낙선할 경우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으나 주가노프후보의 패배로 일단락되자 크게 안도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옐친 승리는 혼자서 이뤄낸것이 아니다. 총득표율 53.7%%는 1차투표에서 3위인 레베드와 4위인 야블린스키의 표가 합쳐진 것이며 이외에도 서방세계의 공개적 옐친지원과 러시아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주가노프후보의 40.41%%는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의결집된 힘이기 때문에 절대로 만만히 보아선 안되며 앞으로 정국운영에 많은신경을 써야 될것 같다.

옐친대통령이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들은 너무 많다. 우선 첫째가 자신의 건강회복이며 둘째가 러시아의 경제회생, 셋째가 삶의 질을 저해하는 범죄 예방등이다. 이와 아울러 옐친의 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영입한 레베드의 독주 가능성과정국화합 차원에서 내각에 공산당 출신 인사들을 끌어들일 경우 민주화및 개혁작업의 정체도 러시아의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政情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가변성을 띠고 있다. 옐친대통령의유고사태가 발생하거나 집무불능으로 레베드가 권력을 장악했을 경우 러시아의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옐친이 주가노프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연정을 펴든지 다른 형태의 연합방식을 취할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지 간에 우리정부는 케이스별 대응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기 때문에 서방국들은 그들이 택한 민주주의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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