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왜들이러나

대구가 옛날같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사람들이 좀 유별스럽고 성미도 거칠고 괴팍스러워진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예전엔 수더분하고 우직하면서도 경우바 른 말을 할줄아는 후덕스런 인심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투서질 잘하고 무고나 모함성시비 잘하는 곳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실제 공직사회든 금융계든 대구에서 잠시 근무하다 서울이나 타처로 되돌아간 사람들을 외지에서 만나보면 대구에서는 일해먹기가 힘들더라 는 비판을 자주 듣게 된다.

하나 하나 예를 꼽아가며 왜 대구인심이 정떨어지게 유별스러운가 따지는걸 들 어보면 한때 대통령을 셋이나 내면서 잘나갔던 동네여서 시샘으로 하는 험담이 아니라는 공감을 갖게 된다.

왜 대구가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정말 외지사람들의 평가처럼 대구는 인심이 사나와 졌고 모략과 투서, 모함이나 불화와 분열의 도시인가.

요몇해사이 애향심과 양식있는 시민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만 한 이 불명예스러운 자문(自問)에 대해 최근 대구시장이 시정보고 연설을 빌어 정면으로 논란의 의제로 꺼집어 냈다.

사회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 섹트의식과 분파주의에 물들어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나타나고 일부 기관들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무책임한 언동을 하고 있 다 는 자성적 비판이 그것이다.

시장의 발언은 민선시장으로서의 사명과 의욕을 갖고 뭔가 좀해보려 했는데 일 부 당하고 간 외지 부임 인사들이 겪었던것 처럼 갖가지 좌절과 왜곡된 불신 등으로 나름대로의 갈등을 겪은 끝에 터져나온 울분으로 보여진다.

돌출적인 발언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예방적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분열과 불신, 음해와 투서, 모략과 무고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화합을 위 한 범시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을 시장 자신의 역량부족과 부덕의 탓으로 돌린다고 까지 부언했지만 당장 대구의 여론은 곳곳에서 옳은 말이다 감정적이다 는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필자로서는 시장의 발언을 특별히 옹호하거나 반대로 발언의 진의를 왜곡되게 해석하고 다소 세련되지 못한 감정적 어휘선택 부분만을 크게 들춰 따질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기회에 우리 모두가 지난날 대구를 아끼고 사랑해오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그 애향심을 바탕으로 지금 오늘의 우리모습을 돌아봤을때 과연 대구는 옛모습 그대로 있는데 시장의 발언만 공연한 개인의 감정발산 이었는가를 냉정 하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난 얼마동안 대구에서의 무고나 투서비율은 타도시에 비해 공식통계 상으로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었다.

제할일은 제쳐두고 남의 일에는 유난히 관심많은 그릇된 풍토도 고쳐야 할 부 분이다.

둘만 모여 앉았다 하면 정치얘기 즐기는 풍토도 건설적인 여론조성의 모습은 아니다.

교육계에서 먼저 인사하기 와 같은 교육적인 캠페인을 벌였을때 사사건건 트 집만 잡고 취지를 폄하시키려 했던 편견집단의 여론도 같은 예였다. 오죽하면 남의말 좋게 하기 란 캠페인이 대구에서 나왔겠느냐는 얘기도 그런 맥락에서 되짚어 봐야 한다.

내가 작은차로 바꿔타면 근검절약이고 시장이 중형차로 바꿔타면 쇼 다는 인 식이나 시장이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렸한 것이고 지역인사들이 비판적 얘기를 하면 그릇이 작고 감정적이다는 식의 인식은 화합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될수 없 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바쁜만큼 유능한거고 남이 자리를 비우면 어디서 또 노는 거란 우스개처럼 남의 것은 불신하고 내것은 항상 옳다는 자아중심의 인식이야 말로 향토사회에 독선의 씨만 뿌리게 되는 것이다.

고향에서 인물이나 기업이 좀 큰다 싶으면 깎아내리기 바쁘다는 어느 기업인의 독백도 흘려듣기만 할 푸념은 아니다.

지금 대구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깊이도 모르는 늪속으로 침몰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분열과 반목을 끝내보자는 시장의 말 한마디를 놓고 감정적 발언 이다, 용기있는 말이다는 식의 또다른 말시비에 요란스럽게 매달리고 있는 듯한 모양이 안타깝다.

부질없는 말시비보다는 화합과 단합, 결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본 다.

대문 바깥 세상 물빛도 모르고 왜들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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