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깨운다.

-T.S 엘리어트 시집 황무지 중 죽은 자의 매장 부분-

지난 4월은 잔인했다. 6월 전시회를 앞두고 물감이 떨어졌다. 전쟁터에 총이 없는 병사처럼 정말암담하고 우울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꼭 전시회를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혹자들은 흙을 발라라느니 수성페인트를 사용하라느니 여러 의견을 내어 놓았지만 개인전을 앞둔당사자는 진퇴양난이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기도 덕분인지 주위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무사히마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그림 제목들은 황무지 시리즈였다. 전시장의 작품을 두고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들려 주었는데 신비롭다거나 풍경같다거나 성적 욕망을 느낀다고 하였고 웬 세잔느니 혹은 겨울바다를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팜플렛을 보곤 좋은 인상을 가졌는데 실제작품을 보니 실망하였다는 친구도 있었고 그림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는 아가씨와 물감이 없어서 가볍게 그렸냐는 동료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명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황무지는 마음의 황무지요 문화라는 측면의 황무지다.

우리들이 활동무대를 삼고있는 이 도시는 어떤가? 황무지를 넘어 늪이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도시를 탈출하든지 아니면 객토하여 새로운 씨앗을 뿌리든지 하여 후세를 위해 거름이 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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