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필자는 그림을 그린다. 화가라면 그림그리는 행위가 이상할리 없지만 필자는 문인이니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투박스런 큰 붓에 먹물을 흠뻑 적셔 산이나 달도 그리고 물고기도 그렸다가한다. 구도는 물론 형식이나 원근등 소묘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유소재로 자유자재(?) 그려보는데 잘 그려지지 않을 때도 있다. 용맹스런 호랑이를 그리다 보면 이빨빠진 고양이가 되고, 한가한 견공(犬公)를 그리다 보면 발빠른 서생원(鼠生員)이 되곤 한다. 한마디로 사실화는 전병(煎餠)이다. 그래도 비구상(非具象)을 한다고 자위한다. 그런데 먹물이란 것이 희한하다. 일단 정좌한채 정신통일하고 활달한 손놀림으로 화선지 위에 먹물을 입혀가면 정체불명의 괴그림(?)이 탄생한다. 이런 그로테스크한 괴문서를 주변에 나눠주다보니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비록 괴그림이긴 하지만 그림 위에는 반드시 출생연도와 그린 장소 그리고 낙관을 찍어 호적을 밝혀두는데 최근 2~3년전부터 출생연도에 환기(桓紀)를 사용한다. 단기(檀紀)로는 금년이 4329년이지만 환기로는 9195년이다. 그러니까 금년 7월에 그린 그림은 桓紀 九一九五年 七月 로 등재되는 셈이다. 잊혀진 환인시대의 실재(實在
)를 21세기에는 꼭 되찾아야 한다. 환기를 사용함은 잃어버린 고대사와 민족혼을 되찾는 일의 시작이며 북방고토(北方古土)를 되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역사의 실종에는 과거 일본의문화말살행위와 고대중국의 한민족 고서멸실이 직접 원인이 되겠지만 우리자신들의 역사인식 부재에도 그 책임이 있다. 언제부터 우리의 영토가 두만강과 압록강 이남으로 축소되었는가. 북방의넓은 한민족 영토를 방치한채 백두산 천지(天池)마저 반으로 나눈 오늘의 현실은 심각한 역사인식의 실종이다.
영토찾기에 앞서 역사찾기를 위해 오늘도 괴그림 위에 환기(桓紀)쓰기를 솔선해 본다.〈종합유선방송위원회 대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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