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美통신장비 협상 마찰

"美 'WTO제소' 이뤄질까"

우리나라의 통신장비시장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어 미국측이 과연 무역보복이라는 칼을 빼는 사태가 초래될 것인지 우려되고있다.

바셰프스키 美무역대표부 대표대행(女)은 지난 1일 朴健雨 주미대사와 면담한자리에서 오는 15일까지 韓美통신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美통상법 1374조에 따라 한국을 우선협상국(PFC)으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바셰프스키가 요구한 내용은 한국정부가 민간통신사업자의 장비구매에 간여하지않겠다는 내용을협정으로 못박아 약속해달라는 것.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민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장비구매에 간여하지도 않고 있고 간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서면약속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민간통신사업자의 장비구매에 간여하고있다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고 추후 미국이 또다른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게 우리 정부의판단이다.

바셰프스키는 우리측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을 간파한듯 오히려 새로운 요구까지 들고 나오는협상전술을 구사했다. 한국의 신규통신사업자의 장비구매시 60%이상을 미국장비로 해줄 것을 우리정부가 보장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정부가 이렇듯 무리한 요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의 통신시장을 주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신규통신사업자가 대거 등장함에 따라 한국시장이 커진 반면 세계 최초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에 의한 디지털이동전화 상용화에 성공하는등 무선통신분야에서 한국이 예상외로 빠른 기술진전을 보이자 미국장비업체의 기대는 불안과 위기감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韓美 양국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통신협상을 계속했으나 각각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며 미국은 7월 1일을 기해 PFC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했었다. 美무역대표부는기한을 넘긴채 다시 15일을 기한으로 통고하고 나선 것이다.

美측이 이번에 한국에 대해 PFC지정을 감행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리정부의 요구불응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을 알고있는 이상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높다는 관측이다. 美정부가 對韓 PFC지정을 결정하더라도 연방정부 관보를 통한 고시와 업계의 의견청취 과정을 밟아야하는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정은 한달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입장은 미국측의 서슬퍼런 보복조치 위협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편이다. PFC지정후 실제 보복조치가 취해지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다는逆보복수단도 강구해놓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미국의 보복조치를 걸어 WTO에 제소하면 우리측의 승산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우리 정부와 법률회사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정부가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는 이같은 계산과 더불어 미국이 한국산 컬러TV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데 대한 대응조치의 의미도 담고있다고 정통부 관계자는 언급했다.또한 미측 요구에 대해 합리적인 것은 수용하되 통상압력의 빌미를 제공해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게 정부측의 단호한 의지라는 것.

미정부의 위협이 과연 종이호랑이에 불과할지 아니면 보복조치의 칼을 빼는 사태에까지 이를지는두고 볼 일이지만 양측의 대립은 비등점을 향해 다가서고 있는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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