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여중생 출산사건, 소녀가장 집단 성폭행사건 등 인면수심의 성폭력사건이 봇물터지듯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성범죄가 난무하고 가정과 학교, 직장 어디에도안전지대가 없는, 혼란스런 상황이 위기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사회 성폭력이어디까지 와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장기순:한국성폭력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1년간 모두 1천3백56건의 성폭력피해사건이 접수됐고 이중 20세이상 성인피해자가 51.2%%, 14~19세의 청소년층이 17.6%%, 13세이하 어린이가28.7%%로 나타나 어린이와 청소년피해자가 전체의 46.3%%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구여성의 전화도지난해 모두 2천2백57건의 상담중 성폭력사건이 1백12건(4.9%%)이었습니다. 올해는 지난 1월부터6월30일현재 이미 1백9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입니다.
▲조구이: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로는 강간범죄가 70년 1천1백36건, 80년 2천8백82건이던것이90년 7천3백22건 등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논문작성을 위해 지난 92년 개인적으로 성폭력 피해자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피해자의 연령이 9세이하 1명, 10대 22명, 20대 15명,30대 8명, 40대 5명, 50대 1명 등으로 청소년피해자가 많았는데 최근 사건들은 당시보다 훨씬 저연령화 추세를 보여줍니다.
-사회:통상 성폭력사건의 신고율이 2%%정도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때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사건들이 은폐된 범죄로 남아있다고 추정됩니다. 이같은 성폭력사건의 급증원인은 어디에 있다고보십니까.
▲조구이:무엇보다도 그릇된 성개방풍조에다 음란서적, 포르노비디오, PC통신 및 인터넷의 음란프로그램 등 외설적인 성정보의 홍수가 이를 부채질한다고 봅니다.
▲김정옥:성폭력은 지금와서 갑작스레 생겨난 것도 아니고 과거엔 은폐돼있던 사건들이 이제 겉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통도 쾌락도 성으로 풀려는 성지상주의적 가치관, 남녀의 성에 대한 2중적 잣대, 비뚤어진 여성관, 외설물의 범람, 충동에 대한 절제의식의 실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곽호순:잘못된 성개방 풍조,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며 내일을 생각지 않는, 그릇된 성가치관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드는 성적에너지 즉 리비도가 어디로 옮겨가느냐에따라 행동이 결정된다고 했는데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남성들의 성적에너지가 건설적 방향보다는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입니다. 개인의 성적 방종이나 정력제 섭취 등을 자랑스레 말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이를 용납하고…. 성적으로 혼란스럽고 병적인 상태가 만연된 것이 아닌가생각됩니다.
-사회:요즘 성폭력의 유형은 어떻습니까.
▲장기순:얼마전 저희 상담소에는 피해자의 숙모라는 분이 상담을 해왔는데 60대의 노인이 한동네에 사는 정신지체인 10대 여중생을 매번 돈 1천원으로 꼬여 상습적인 성폭행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 역시 1천원에 혹해 제발로 간대요. 최근의 여러 사건들에서도 나타나듯이 요즘은 그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또 통계에 의하면 피해자의 30%%이상이 어린이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해자나 피해자가 전연령층에 두루 나타나며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양상을 보이는것이 뚜렷한 특징입니다.
▲조구이:특히 피해자의 저연령화, 상습적인 폭행이 특징인것 같습니다. 오늘도 의붓딸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상습 성폭행해온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구속됐지요.
▲곽호순:유치원 아이에 대한 성추행, 노인들의 성폭행 등 요즘 성폭력사건중 상당수는 변태적인성향을 보입니다. 물질만능,성장위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사고, 성가치관의 변화 등이 주원인으로 꼽힐 수 있겠지요.
▲김정옥:청소년 성범죄 증가도 큰 문제입니다. 발달단계로 보아 17~18세때 가장 성욕구가 왕성해지는데 이를 건전하게 해소할 방법을 학교나 가정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데다 입시스트레스와부모의 과잉기대에 대한 반발 등과 맞물려 엉뚱하게 성범죄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것 같습니다.-사회:장난으로 던지는 돌이 개구리에겐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인 것처럼 성폭력의 가해자는 단지자신의 충동적 욕구를 해소했을 뿐이지만 피해자에겐 삶전체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이 개인과 가정, 사회에 미치는 후유증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곽호순:일반적인 폭력과 달리 성폭력은 개인의 일평생을 지배합니다. 특히 아동기의 성폭력문제는 굉장히 심각하지요. 가해자는 어린애가 뭘 알랴 하며 지나칠지 모르지만 그 아동에겐 인생전체가 파멸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불안증 환자들의 과거를 추적해가다보면 어릴적 성폭행을 당한 일이 종종 나타납니다. 낯선 남자가 자기를 쳐다만봐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진다거나 결혼해도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대로 아동기에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순결상실의 자책감을 못이겨 성적으로 문란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잇단 반인륜적 성폭력사건들로 우리사회의 도덕성 상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한숨만 쉴 때가 아니라 하루빨리 근절대책을 세워야할 때입니다.
▲장기순:피해자의 신고정신과 이를 수용하고 도와주는 사회적 여건조성이 필요합니다. 피해자 대부분이 상담으로만 그칠뿐 표면화하기를 원치않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않게 되고 결국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신고했을때 돌아오는 불이익이 너무 크기때문이지요.피해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이 급선무입니다.
▲김정옥:80년대중반 미국에서 성폭력피해자들의 모임에 가본 적이 있는데 피해여성들이 자신의고통을 내놓고 참석자들이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성폭력은 내자식, 나자신도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 공감대를 갖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가해자의 처벌강화와 함께 피해여성들이 상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많이 생겨야겠지요.
▲곽호순:대부분 피해자들은 혹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을때라도 절대로 남에게 얘기하지마라 는 우격다짐으로 혼자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과거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이었다하더라도 이제는 용기있게 말해야합니다.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때 신고하듯성폭력도 엄연한 피해인만큼 신고해야한다는 의식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사회도 보다열린 사회로 성숙돼야할 것입니다.
▲김정옥:자기의 성을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성의식과 노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임신방지프로그램 같은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시행돼야하겠습니다.
▲조구이: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돼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얼마전 의붓딸을 상습 성폭행한 계부에게 대법원이 무죄판결이 내려졌는데 현행법상 의붓딸과 계부의 관계가 인척관계로 규정돼 친고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거지요. 늘어나는 재혼 등 사회현실을 고려해 성폭력특별법에 계부도친족의 범위에 넣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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