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

北기아대책 마련할 때

어제 새벽 한강하류지역을 헤엄쳐 귀순한 북한주민 崔승찬씨의 굶어 죽기 싫어 왔다 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다. 최근 1년사이에 북한에서는 아사자가 많다는 소문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왔지만 현지에서 살던 주민의 입을 통한 생생한 증언과 확인은 鄭순영씨의 일가족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鄭씨는 그녀가 살던 강원도 통천군 105인민반 23가구중에서 식량배급이 중단된이후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월과 3월초에는 일가족 5명과 4명이 집단으로 아사했으며 그 집안에는 강냉이 한톨도 없었다 고증언했다. 물론 鄭씨의 증언은 가족이 몽땅 한꺼번에 굶어 죽을수 있는지 의구심이 안가는바 아니지만 그것이 자살이든 아사이든 원인은 식량부족에 기인하기 때문에 동족으로 가슴 아픈 것이다.

한강 하류를 10㎞가량 헤엄쳐 귀순한 崔씨의 증언은 더욱 끔찍하다. 崔씨는올들어 북한주민 30여명이 굶어 죽는 것을 목격했다 고 분명히 말했으며 이웃마을에선 부모가 먹일 양식이 없어 어린아이를 목졸라 죽이고 자신들도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개성에서는 하루에1~2명씩 굶어 죽는 사람을 매장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고 말했다.두 귀순자의증언이 거짓이거나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면 우리의 대북식량정책은 뭔가 잘못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전체가 지난해 수해로 식량난을겪고 있지만 올 7~8월까지는 견딜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많은 서방선진국들이 아사자의 속출을 미리 막기 위해 긴급 식량지원책을 펼때도 우리 정부는 체면을 닦는 선에서 그쳤다.

그것도 그럴 것이 對北식량지원의 전제조건인 4자회담수락.남북대화재개.상호비방 중지 등을 북한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데도 원인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원한 쌀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골고루 전해지지 않고 군량미로 전용된 것도 우리정부의 주는 손 을 오그라들게 했던 것이다.

귀순한 崔씨의 증언대로 지금 북한의 사정은 식량난뿐 아니라 모든 것이 메마르고 피폐하여 주민 모두가 정신적 황폐증에 걸렸다고 할수 있다. 이대로 두면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북한의 몰락과 붕괴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마음으론 통일을 원하면서도 입으론 통일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통일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자가 속출하는북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것이 오늘 우리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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