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끔직하고 부끄러운 사건들이 연일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 여중생이, 초등학교 여학생이 주인집 부자(父子), 동네 사람들에게서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매스컴을 통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들을 두고 일부 매스컴은 유교적 도덕관이 잘 보존된 우리 사회에 왜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지 개탄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도덕의 문란함과 성교육의 필요성을주장한다.

최근에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서구화와 산업화에 따른 도덕규범의 상실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왜곡된 성의식과 폭력문화가 존재하는 한 가정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밤거리에서 성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성을 매개로 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남성다운 행동이나 한때 저지를 수 있는 실수 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체적 힘이 약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남성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범죄이다.성과 폭력은 이제 상품화되고 대중매체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성과 폭력의 매력적 인 결합은오늘날 시장경제의 영원한 고객인 셈이다. 대중매체가 내뿜는 긴박한 상황전개와 스릴과 서스펜스에 걸신들린 광신자 들은 실제로 엄청난 궤멸을 초래하는 폭력문화에 저항감을 갖기는커녕,한갓 실험의 대상 으로 거기에 열연하는 주인공이 되고 만다. 그 폭력은 우리의 의식과 일상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모든 문제와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문화가 전반적으로보편화되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우리 모두는 무감각해지고 있다.

어린 여학생들에게 가해진 최근의 성폭력을 우리 속에 존재하는 폭력 불감증 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대구효성가톨릭대 전임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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