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내 연구실에는 반 고흐의 첫 걸음(First stops) 라는 그림이 걸려있다. 이 그림에는 아빠, 엄마,그리고 막 첫걸음을 떼는 아이가 등장한다. 나는 그림에 대해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이 그름은좋아한다. 특히 이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의 방향이 상담학적으로 건전해서 좋다.아빠는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 밖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를 보고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엄마는 아이의 뒤에서 아이를 붙잡은채 아빠에게로 걸어가려는 아이를 대견한 듯 받쳐준다. 아이는 엄마를 뒤로한 채 막 한걸음을 떼어놓으려고 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나는 아이가 아빠를 향해 오는 것이 엄마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고, 엄마는(자기를 향해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뒤에서 아이를 자기로 부터 떠나는 방향으로걸어가게 해서 좋다.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엄마로부터 독립해서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출생이 아이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최초의 독립이라면 첫걸음은 아이의 의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최초의 독립이다. 이때 엄머가 아이의 앞에서 내게 오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의 뒤에서 아이로 하여금엄마를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격러하는 것이 훨씬 여유있는 자세인 것 같다.요즘 엄마들이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계속 품고 있으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크면서자신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해야 한다. 바로 그때 진정한 성장이 있다. 건강한 엄마는 아이들이 자신으로부터 떠나가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고 기쁠 수 있다.고흐는 첫걸음이라도 아이가 엄마에게 걸어오는 것을 그리지 않고 엄마로부터 떠나가는 것을 그렸다. 그는 과연 위대한 화가인 것 같다.

〈계명대 전임강사.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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