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아내의 죽음은 여자의 죽음보다 슬프다. 더구나결혼 10개월만에 남편과 생이별하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17년을 기다려온 한맺힌 어느 죽음이랴. 지난 79년 네덜란드 유학중 노르웨이에서 납북된 고교교사高相文씨(48) 부인 趙福姬씨(45)의 자살은 우리에게 커다란 슬픔을 준다. ▲ …노르웨이연수를 떠난지 이틀이 멀다하고 소식을 전하고 마지막 그림엽서에선하루빨리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했던 자상한 당신. 그런 당신이 납북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청천벽력 같았던 충격이 아직 내 머리에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세식구가 다시 만날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겠어요 94년 남편을향해 이런 애절한 편지를 띄우면서도 꿋꿋했던 그 아내가 영영 못오는 길을 간것이다. ▲아버지얼굴도 모르는 고교3년인 딸(17)과 친정어머니(70)와 함께 살면서도 그는 언제나 남편을 그렸다. 94년 7월 국제사면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의양심수 49명 가운데 남편이 들어 있어 처음 살아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있는곳은 平壤서 70㎞떨어진 정치범 수용소. 북한은 그해 8월 방송을 통해 자진월북 이라 억지를 썼고 유엔고등판무관실은 작년 10월 북한에서 재혼, 처자식과살고 있는 것 같다 고 발표. ▲그뒤 아내에게 찾아 온 것은 남편이 아니라 갑상선 질환과 심장병에다 심한 우울증이었다. 끝내 그리던 얼굴과 재회를 못하고 그는 죽음의 길을 택한 것이다. 분단의 비극,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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