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 鄭守一의 검거과정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것이었다.어눌한 우리말, 완벽한 외국인 외모, 교수라는 사회적 신분 등 일반인들이 간첩이라고 여길만한요소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를 체포한 국가안전기획부도 수사초기에는 진짜 간첩인지 여부를 예단하지 않고 비밀리에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가 국내의 정치.군사동향 등이 서울 중심지에서 팩시밀리로 중국 北京의 북한 공작거점으로 새나가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은 鄭이 남한에서 간첩활동을 시작한 지 꼬박 12년만인 지난 3월.
안기부는 곧바로 송신자가 위치와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팩시밀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호텔이라고 판단, 국제통신망을 갖춘 롯데, 프레지던트, 프라자, 웨스틴조선 등 시내 4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 대한 24시간 감시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해당호텔 비즈니스센터 및 프런트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철저한교육을 실시, 수상한 사람이 발견되면 즉각 신고토록 하는 체제를 갖췄다.
안기부는 이어 폐쇄회로 등에 찍힌 용의자를 추려 몽타주를 작성,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숙지토록했던 것.
마침내 鄭의 신분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지난 3일 오후 1시20분께 프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수집정보를 北京으로 보내려던 鄭이 수신자의 번호중 한자리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팩시밀리에 에러가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호텔 직원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신내용을 감추려는 鄭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하는기색이 역력했다.
호텔 직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안기부에 연락했고 鄭은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히게 됐다.지난 2월 北京의 북한 지도원으로부터 정보의 신속, 대량전달이 요구되고 있으니 암호를 이용한국제우편,단파방송 대신 팩시밀리를 이용하라는 지시를 받은 鄭은 결국 수집정보의 전달방법을바꾸는 바람에 10여년동안 철저히 감추어 왔던 신분을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남파간첩으로 밝혀진 鄭守一(62)은 22일 오후 2시께 검찰에 신병이 송치되기 직전 서울지검 구치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기부의 조사결과 발표사실을 모두 시인한다 고 말했다.다음은 鄭과의 일문일답.
-안기부가 발표한 혐의사실을 모두 시인하는가.
▲모두 다 시인한다.
-북한에 있는 부인은 당신이 간첩활동을 한 사실을 알고 있나.
▲자세한 것은 모르나 (북한의 부인은) 대남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 것이고 현재 남한에있는 집사람은 아직도 내가 필리핀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고는 팩스로 했다는데 지령은 어떻게 받았나.
▲무전으로 받았다.
-최초 보고는 언제 무슨 내용이었나.
▲84년 판문점 유엔군 경비에 관한 내용인 것 같다.
-그동안 모두 몇차례나 보고했나.
▲60여차례에 걸쳐 했다(안기부 발표는 80여차례).
-남한에서의 접촉인사는.
▲주로 학계와 동료교수등이었다.
-정치권이나 언론계 인사와는 접촉안했나.
▲거의 없었다.
-정보수집은 어떻게 했나.
▲주로 일간지를 이용해 국내동향을 종합분석했고 출판물등도 이용했다.
-재야나 운동권 인사와 접촉했는지.
▲별로 없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