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노인이 옆집서 숨진채 일주일이 지나도 모르는 이웃들. 성폭행 당한여고생이 학교 교실서출산. 할머니와 둘이서 살던 결손가정 여중생이 동네 아저씨 오빠들에게 성폭행….그 충격적인 사건이 뇌리에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엔 가정주부들이 아이들 과외비를 벌기위해, 무료하고 심심해서 여관이나 호텔서 윤락행위를 해 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폭력, 마약, 에이즈, 동성연애, 이혼의 천국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최근 이땅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건이다.
입에 담기조차 낯부끄러운 사건이 연발하자 일부에서는 선진국형(?)사회문제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윤리의식함양과 학교에서의 성교육 강화를 제의하며 처방전을 내기에 바쁘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이 위기상황은 이런 유의 사건이 날때마다 늘상 해오던 윤리의식강조나 성교육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보다 본질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선진국형 문제 속출
최근 출간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는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발생의 근원이 어디에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잘 적시해주고 있다.
격월간지 녹색평론 편집실이 발간한 이 책은 스웨덴 사람으로 세계적인 여성 사회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Anc
ient Future:Learning From Ladak 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한 농업위주의 공동체가 산업기술 서구문명이 침투하면서 경쟁과 탐욕의 사회로 변모, 인간성 상실의 사회로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현장체험으로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다.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인구 12만의 인도 소도시 라다크는 빈약한 자원,혹독한 기후에도 불구, 검소하고 협동적인 생활로 천년을 넘게 평화롭고 건강한 농촌 공동체를 유지해왔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누리며 살았다. 인분에이르기까지 모든것을 재활용함으로써 환경파괴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러한 사회에 과학기술을 앞세운 서구식 문명과 개발이 이식되면서 전통적가치관이 흔들리고 사회적분열과 환경파괴가 시작된다.
먼저 관광객이 밀어 닥쳤다. 초록, 빨강, 파랑, 현란하게 차려입은 여행자들이 카메라, 사탕과자,펜으로 무장한채 마을을 휩쓸고 다니자 가장 먼저 어린이들이 거지로 변해 버렸다. 생전 듣지도보지도 못하던 신기한 물건들과 달러돈을 마구 뿌리는 것을 본 아이들은 평소의 자존심을 내팽개친채 한닢만 한닢만 을 열발하며 이방인을 따라다녔다.
다음에 영화와 TV 자동차가 들어오자 젊은이들이 이상해졌다.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은 그들의전통문화는 열등한 것으로 여겨 경멸하고,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즐기고 갖춰야 하는 것처럼 선글라스, 청바지등 서구문화에 대해 맹목적인 선망의 태도를 보였다.
이어 마을에 전기가 가설되고 디젤방앗간이 들어서면서 쟁기나 물레방아등 재생가능한 전통기술이 뒤로 밀리자 도시이주 농민이 늘어났다. 농촌에서는 식량생산량이 줄고 도시에는 범죄발생과폭력이 이어졌다.
교육도 학교교육이 시작되고 서구식 학습방법이 도입되면서 양털로 옷을 만드는 방법, 진흙과 돌로 집을 짓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아 쓸모없는 고등 실업자를 양산했다.
서구식개발 지양촉구
결국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던 공동체 사회는 외국의 자본과 상품에 의존하는 빈부격차가 심한 하층사회로 전락하게 되더란게 16년간 라다크에 살며 지켜본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결론이다.
그 대안으로 저자는 반개발 (Counter development)개념을 제시, 세계각지의 문화적 다양성과 환경적 특성을 무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산업주의 서구식 개발을 지양할 것을 촉구하고, 라다크프로젝트 라는 국제적 조직을 설립,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협력해 반개발에 앞장서고 있다.오늘날 우리사회의 도시폭력과 병폐는 바로 이 라다크 사회의 부조리보다 한단계 심화된 것이 아닐까?
본격적인 바캉스철을 맞아 도심대탈출이 시작됐다. 도시인들의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바캉스가 서구 산업사회의 산물임을 감안할때 오래된 미래 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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