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윤락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은 우리사회의 허물어진 도덕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도덕성의 차원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매매춘에 가담한 주부의대부분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중산층의 기혼여성이었으며, 이들이 털어 놓은 동기가 무료함 과 자녀의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라는 사실은 중산층 주부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극도의 전문성을 위주로 조직된 현대사회에서 가정이란 영역에 고립되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하는 주부들이 이 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사회가 가정 주부의 일이 신성하고 가치있다 고 미화시켜 주지만 주부의 일에서 당당함과 자부심을 갖기란 고학력 여성일수록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울증과 공허함과 무력함에 시달리는 주부들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이름모를 병 을 앓게 된다. 쇼핑 중독증, 춤바람, 외도, 윤락, 자녀에 대한 지나친 집착,치맛바람과 같은 사회 문제들은 바로 이름모를 병 을 가진 주부들의 방황과 고민의 표현이다.이 이름모를 병 을 치료할 사람은 무엇보다 주부 자신이다. 주부의 일이 가정안에서 자신의 남편과 자기 아이를 위한 자신의 헌신에 그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녀의 학교 점수라든지, 집안일을 깨끗이 하는 것이 훌륭한 주부의 척도라 여기는 수준을 넘어서서, 주부는 자신이 관여하는 생활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주인으로 행동해야 한다. 예를들어 자녀의 교육문제나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 문제로 고민하며, 가정에만 갇혀있던 살림을 바깥으로 확장해보는 것이다. 이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주부들은 자신의 일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으며, 자신과 사회를 살릴 수 있게된다. 그런데 이 주부들의 살림회복 은 이름모를 병 에 대한 남편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동참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구효성가톨릭대 전임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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