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산읍.연천읍-생활터전 졸지에 폐허로

"마을전체 폭격맞은 모습"

◆문산읍수마가 할퀴고 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은 온통 누런 물로 뒤덮인 수중도시였다.

삽시간에 집과 가재도구 등 전재산을 잃어버리고 28일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수재민들은 넋이 빠진 듯 할 말을 잃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집중호우로 문산천이 범람해 각 수용소에 대피해 있는 이재민은 이날 낮 12시현재 1천7백50가구 4천8백60여명.

주공아파트와 도우빌라 등 문산읍 저지대 주민들은 저녁식사 직후인 27일 오후7시30분 침수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시청의 안내방송을 듣고 서둘러 집을빠져나오느라 가재도구 등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이번 비는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문산읍사무소는 1층까지, 저지대에 있는 4층짜리 주공아파트는 3층까지 침수되는 등 문산읍 시가지 전체를 삼켜버렸다.

자유로 문산 인터체인지, 통일로 문산 인터체인지, 파주시 월롱면 진입도로 등문산으로 진입하는 3곳 모두 교통이 통제되는 등 지난 65년 이후 최악의 수재를 만들어냈다.

수마가 할퀸 곳은 문산읍만이 아니었다.

파주시 적성면 율포리 청안천이 범람해 율포리와 장현리 일대 인삼밭과 옥수수밭 전체가 흙밭으로 변했으며 논 한가운데 물속에 승용차와 유조차가 잠겨있는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일대 전기와 수도가 끊겨 인근 목장 주인들이 우유를 짜내지 못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목장주들은 젖소는 제때에 우유를 짜주지 않을 경우 유방암에 걸릴 우려가 높아 정전사태가 2~3일간 지속되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28일 오후 비가 그치자 자유로 문산 인터체인지 부근에는 가족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50m 건너편 문산읍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으며건너편 문산읍 정유소에는 몇몇 사람들이 자유로를 바라보며 빨리 구해달라는듯 손을 흔들기도 했다.

문산, 마정초등학교 등 파주시내 대피소 23개소에 분산 수용돼 있는 1천7백50가구 4천8백여명의 이재민들은 오후 들어서는 밤을 대비해 모포와 온수를 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연천읍

京畿도 漣川군 漣川읍 上2리.

60여호에 달하는 마을 전체가 폐가로 변해버렸다.

가옥들은 인근 연천천 둑을 무너뜨리며 들이친 물로 폭격을 맞은 듯 심하게 부서져 있었으며 우리 안에서 미처 뛰쳐나오지 못한 가축들은 축사 더미에 깔려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콩이며 옥수수 등 여름작물이 곱게 자라 있어야 할 마을 앞 농경지 50여만평은온통 자갈밭으로 변해버렸고 마을 진입로에는 가재도구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 마을 주민 柳濟植씨(62.농업)는 마을 전체가 하루 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며 평생동안 가꿔온 생활터전이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며 한숨지었다.

또 군내에서 농지가 가장 넓은 百鶴, 新西면 일대 농경지는 거대한 황토 빛 바다로 변했다.

모두 1천여 가구에 5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漣川읍 차탄 1, 2, 3, 4리 일대는 온통 길다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2㎞ 길이의 4차선 도로 양 옆으로는 상류 민가에서 쓸려내려온 갖가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도로 중간중간에는 침수때 물살을 타고 휩쓸려온 진흙더미가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다.

이밖에 군내 주요 도로는 계곡물이 휩쓸고 지나가 곳곳에 바위와 자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빗물에 허리가 잘려나간 도로는 마구 깨져버린 얼음장을 연상시키는 등 온통 치열한 전투 후의 전쟁터 같은 모습이었다.

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은 부족한 인력과 장비.

군은 인근 자치단체와 군부대 등으로부터 40여대의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의 장비를 지원받아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착수했으나 거대한 피해지역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고작 삽과 괭이 등으로 집앞에 쌓인 쓰레기와 진흙 등을 치울 수 있을 뿐 본격적인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鄭東煥씨(49.차탄2리)는 하루빨리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피해범위가워낙 넓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 라며 완전복구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조차 모르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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