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寄稿

"北韓이 붕괴한다면..."

요즘따라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부쩍 늘고있다. 그런가 하면 통일관련 학술회의가 열리기만 하면 고장난 비행기 가 단골화제다.이 비행기가 얼마나 더 위험스런 비행을 계속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애간장을태울지, 아니면 금방이라도 폭발음을 내면서 추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우리가 나서 교신과 설득을 통해 연착륙(Soft Landing)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무성하다. 다름아닌 북한이야기이다. 이 고장난 비행기를 통일동반자로삼아야 하는 우리의 입장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붕괴를 부추길 이유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통일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안반길 이유 또한 없다. 말하자면 평화와 통일이라는 두가지 명제는 어느 한쪽을 위해 다른 한쪽을 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꼭 쟁취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민족과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붕괴시 혼란과 전쟁을막고 평화적 흡수 를 성취할 계획들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이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들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힘합쳐 대비해야

최근 개최된 한 국제회의에서 고려대 H교수는 2000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때 그리고 북한주민들의 소득수준을 남한의 그것과 같도록 만드는데 필요한 투자액을 통일비용 으로 정의할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은 예상 국민총생산량(GNP)의 1.6배에 해당하는 1조2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저히 한국이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일본, 세계은행 등지로부터의 차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이어졌다. 북한이 값싼 노동력및 천연자원의 제공처로 남아야 남북한간 상호보완적 경제통합이 가능하므로굳이 소득격차를 없애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물론 이 모두는가상상황하의 예상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최선을 다해 북한붕괴에 대비해야 하고, 어떠한 형태이든 일단 다가온 통일기회는비용의 과소를 떠나 무조건 움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천년을 피침(被侵)의역사속에 살아온 약소민족인 우리가 비용을 이유로 큰나라 이루기 를 보류할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비용을 이유로 통일보류 를 운위하는 반민족적, 반역사적기득권자들의 주장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다가오는 통일기회를 평화롭게 맞이할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장난 비행기 를 연착륙시켜 점진적 평화통일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면서도 갑작스런 추락시 폭발없이 잔해들을 수습하는 단기처방 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의 통일준비는 이미 너무 늦은지도 모른다. 통일기금도 키워놓았어야 했고, 남북한 경제 및 제도통합을 위한 정밀 시나리오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붕괴시 북한군의 절망적 도발을 자제시키기 위해 북한군 장교 및 주요 관리들에 대한 통일후 생활보장책도 만들어 그들이 알도록미리 공지시켜야 한다. 북한의 각 대학에서 가르칠 교수요원도 미리 계약되어있어야 하며, 북한지역내 시도지사들도 미리 내정해 두어야 한다. 지금쯤에는남북한간 이질화된 교육 언어 문화 등을 통합하기 위한 계획들이 통일원 창고들을 메우고 있어야 한다. 政治圈은 주변 4강이 통일방해세력이 되지 않도록유도하기 위해 힘합쳐 통일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러다간 우리가 먼저 붕괴

북한붕괴를 알리는 긴급보도가 터져나오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한치의 오차없이 북한을 흡수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실로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그것을 신뢰하지 않을때 혼란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것이 제2의민족참극을 유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는 지극히 투명하고 안정되어야 하며, 공권력 행사는 매우 공정해야 한다. 북한의 기득권자들이 우리사회와 우리정부를 믿고 신변안전을 확신할 때 생존을 위한 도발 보다는 평화로운 투항 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보신관광과 말세적성폭력들이 판치는 우리사회, 그리고 민족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명감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달리기 일쑤인 우리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먼저 붕괴하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공연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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