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구형...법정.피고인 표정

"추상같은 논고에 숨죽인 분위기"

피고인 全斗煥 사형, 피고인 盧泰愚 무기징역5일 오후 3시15분. 12.12및 5.18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서울 형사지법 417호 대법정.金相喜서울지검 형사2부장의 추상같은 구형이 이뤄지는 순간 방청석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방청석에서 가슴에 한을 품은채 초조하게 재판을 지켜보던 5.18 유족과 부상자 가족들이검찰의 구형과 동시에 기쁨의 박수를 친 것이다.

평소 법정의 질서를 강조하던 金榮一재판장도 감히 방청객의 박수소리를 제지하지 못했다.검찰논고가 계속되는 동안 연신 안경을 추슬던 全斗煥피고인도,손으로 눈을 비비고 흰손수건으로땀을 닦던 盧泰愚피고인도 구형이 이뤄지는 순간에는 굳은 얼굴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에 앞서 오후 2시께 공판 속개에 앞서 全斗煥피고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약간의 미소까지 머금은 채 법정 왼쪽 피고인 출입문을 통해 긴 하늘색수의를 입고 들어왔다.뒤이어 盧泰愚피고인은 애써 여유를 찾으려는 얼굴로 법정에 들어왔으나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나머지 피고인들도 참회의 표정없이 들어와 全.盧피고인 옆을 에워쌌다.

재판부가 입정하기 전 피고인석 제일앞줄에 앉은 全斗煥.盧泰愚.兪學聖피고인은 여유있게 담소를나누고 미소를 머금기까지 했다. 참회는 커녕 1심재판 자체를 무시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오후 2시 정각에 입정한 金榮一재판장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공판속개를 선언하고 검찰의 의견진술과 변호인의 최후변론,피고인의 최후진술을 듣겠다 고 말했다.

金재판장은 이어 진술의 내용이 서로 엇갈린다 하더라도 방청석에서는 소란스러운 행위를 하지말아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 며 법정소란에 대비한 말을 잊지 않았다.오후 2시10분께부터 金相喜부장검사가 자리에서 일어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논고문을 읽어내려갔다. 논고가 계속되는 동안 全斗煥.盧泰愚피고인은 재판부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金부장검사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반국가적.반역사적 범행으로 국민과 역사에 심각한 폐해를 끼진 피고인들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엄중 처단해 역사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더이상 피할수 없는 역사의 순리이다…자신의 죄상이 낱낱이 법정에 울려퍼지자 全피고인은 연신 손으로 안경을 추스렀으며 盧피고인은왼손으로 눈을 비비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盧피고인은 흰손수건으로 땀을 닦기도 했다.논고는 계속됐다. 金부장검사는 물을 마시고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으며 金榮一재판장도머리에 통증이 있는지 가끔씩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

오후 3시 15분께 논고문 낭독을 끝낸 金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의 양형의견표를 들고 구형을 하기에앞서 물을 한모금 마셨다.

방청객들의 가는 숨소리만 들릴뿐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全斗煥피고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채 고개를 꼿꼿이 세운채 정면을 응시했으며 盧泰愚피고인은 약간 굽어있던 허리를 추스리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정적도 잠시,추상같은 구형이 시작됐다.피고인 전두환, 사형 추징금 2천2백23억1천6백66만원,노태우 무기징역 추징금2천8백38억9천6백만원…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4개월 25일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이 사건 공판에서 성공한 쿠데타 에 대한 공권력의 단죄가 이뤄진 것이다.

법정안에 박수소리와 함께 법정밖에서는 며칠째 계속되던 폭염을 뚫고 굵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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