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쿠데타 로 기록돼 있는 12.12, 5.18사건및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피고인에 대해 검찰의 중형 구형이 이뤄짐으로써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청산, 이른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성역화돼온 정권 탄생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폭력성,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 미화돼 온 뇌물수수행위에 대해 검찰이 형사사건으론 이례적으로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하며 단죄를선언한 것은 가히 획기적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검찰은 5일 논고를 통해 잘못된 과거의 유산을 후손들에게 더 이상 물려줄수 없다 고 전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며 국가경제사회를 총체적으로 부패시키는 범죄행위가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척결하는 것은 시대의 소명 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피고인들에 대한 중형구형의 구체적인 배경과 관련, 법정형을 기준으로 작량감경없이 구형을 단행한다는게 기본원칙이었다 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형량의 법률외적 배경이나 의미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게 사실.단지 △피고인의 법정태도 △사건당시의 위치 또는 역할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과정에서의 개입정도등 여느 형사사건에 볼수 있는 사유이외에 다른 정치,사회적 의미부여에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다.
검찰의 이같은 소극적인 입장은 5.6공 정권 창출의 불법성등에 대한 재수사 착수의 계기및 과정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2.12사건의 경우 검찰은 당초 △국정지도층으로서의 사회적 기여도 △국론분열및 정치사회적 파장등의 정상을 참작,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한 이 사건 고소인들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검찰의 결정이 정당하다 며 불기소처분결정에 손을 들어준 지도 오래다.
더욱이 5.18사건에 대해선 지난해 7월 검찰은 기수된 쿠데타에 대한 사법처리불가 라는 법률학설등 현학적인 논리를 근거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준엄하게 내리기도 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은 전대미문의 사건인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으로 말미암아 상황은 돌변하고 말았다.
가히 일반인으론 상상하기 힘든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지금까지도 개인적치부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검찰조사결과로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舊정권의 엄청난 부패와 비리를 눈앞에 두고 과거 정권의 창출과정의 합법성과 정당성문제에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성을 실감했다는게 검찰의 공통된 입장이다.특히 12.12사건에 대한 재수사는 그나마 현실적 명분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했지만 거대한 규모의 뇌물수수 사실이 새로 드러난 이상 정상참작의 여지는 이미 사라졌고 재기수사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얘기.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정권이 탄생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성과 폭력성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수사명분이 제기될수 있다는 점이다.
全斗煥 前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수사도 盧泰愚前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진상에 비춰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수사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처벌이불가능하다고 결정한 바 있는 5,18사건의 재기사유.
모든 제반 상황이 돌변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어떤 논리로검찰 스스로가 번복할 것인가이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이와 관련, 솔직히 뚜렷한 논리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 고 전제, 구차하게변명하느니 검찰 스스로의 결정으로 재수사에 나선 것은 결코 아니며 당초 검찰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하는수 밖에야 도리없지 않느냐 고 토로했다.
실제로 검찰은 법정낭독용 논고문이 아닌 4백쪽이 넘는 재판부 제출용 논고문에서 이같은 정황을비교적 상세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인에게 공개된 법정에서 정색 을 하고 검찰 스스로 반성의 빛 을 보일수 없는 나름대로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준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의지할수 밖에 없는 재수사의 근거와 명분은 결국 국민여론과 역사적사명으로 귀착된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구형의 배경을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 검찰의 재수사는 한마디로국민의 수사다 라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5.18특별법 제정 공표로 재수사가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지만 이는 결코 한사람의 정부 고위인사의 의견이 아님은 자명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5공정권의 탄생직후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할수 있는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항거와 12.12및 5.18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거센 목소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88년 5공및 광주 민주화 운동 청문회등을 통한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도 같은 차원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검찰의 재수사과정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12.12사건에 연루된 張世東,崔世昌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1월 일시 기각되는가 하면 공소시효 문제등을 둘러싼 법원측의 위헌제청이 제기되는등 장애요소가 등장했다.
여기에 全斗煥피고인등 5공세력들은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사법처리가 과연 가능한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의 5.18특별법 합헌결정으로 재수사는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고 피고인들에 대한 기소및 구형이 마무리됨으로써 16년만에 걸친 과거사 청산작업이 진실규명과 정의구현이란 국민적 여론을 실현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결국 구정권 창출의 불법성과 부패,비리에 대한 역사적,사법적 심판은 오는 19일 열릴 사법부의 1심 결과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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