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밖에 길이 없어꿈길로 가니그님은 나를 찾아길 떠나셨네.어디선가 얼른 들은 이 노랫말이 영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못잊어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러길을 떠났는데 가고오는 길이 엇길이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꿈길밖에 길이 없다는 그 절실함, 그 절절함. 요즘도 이런 정(情)의 흐름이 과연 있는 것일까. 매일 들리는 소식들은이해할수 없는 것들 뿐이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돈을 털어 도망가고 누가 누구의 손에 잡혔는데주머니는 텅 비고 털어간 돈은 모두 유흥비에 탕진한 뒤였다고 한다. 살벌하기 이를데 없는 와중에 누가 누구를 만나러 꿈길로 간다는 것인가. 정말 꿈같은 소리다. 분명히 저세상의 복숭앗빛 꿈속이다.
이 세상에는 수만가지 직업이 있다. 그중에는 돌아서면 돈되는 직업이 있는가하면 돌아서고 또돌아서도 돈되지 않는 직업이 있다. 두 직업은 서로 마주보고 손가락질하며 웃을것이다. 돈없이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는가, 돈만 있으면 다른게 없어도 된다는 것인가. 한쪽은 다른한쪽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쪽이 이성적(理性的)이라면 다른 한쪽은 감성적(感性的)이다. 어느쪽의 삶이 옳은지 쉽게 말할수 없다. 감성의 산물인 시(詩)는 진정 꿈을 엮어낸다. 꿈길밖에 길이 없다고 해도아니라고 웃을일이 못된다. 시는 그대로 그만의 세계가 있다.
들리는 소식 모두 살벌
갓벗은 허수아비청바지로 지켜섰는고향(故鄕)벌 강기슭을일월(日月)따라 챙겨가면가을 강(江) 백금(白金)바늘이눈을 자꾸 찌른다.
〈최기호 시 귀향(歸鄕) 전문(全文)〉
시인은 이 시를 이렇게 말한다. 고향은 고향으로 남아있어야 고향인데 허수아비까지가 행색(行色)을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래서 돌아가 앉을 자리가 없는 기러기, 시인(詩人)은 서글픈 날의안려(雁旅), 일엽신(一葉身)이 된다
내 시(詩)는 빗장질려홰를 못친 새벽 닭을반백(半白)은 희끗희끗온누리 모반(謀叛)인데스승은어이 저물어백발(白髮)아득푸르신가. 〈 지명(知命)을 보며 전문〉
다시 시인은 이 시를 풀어 준다. 반백(班白)은 희끗희끗 온누리 모반(謀反)인데, 그렇다. 살다보면 세월은 도둑맞고 흰 터럭은 모반을 한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귀밑머리 학발(鶴髮)을 꽂는것은 어쩌면 세월을 상 받는 일이 아닌가. 늙음이 아득히 푸를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벌써 내 스무나무해술로 허심(虛心)보내놓고자책(自責)으로 비워둔 속밀물 헹궈 오십(五十)인가회한(悔恨)도 회향(懷鄕)도 하많아노을 타서 드는 술잔(盞) 〈 석양일배(夕陽一盃) 전문〉꿈길밖에 길이 없을까
술에 관한 이야기는 술드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석양일배 의 해제도 그중 하나다. 술은 허심(虛心)을 달래어 잔을 비우고 담배는 허랑(虛浪)을 본받아 구름위에 싣는다고 한다던가. 그래서시인도 자책(自責)으로 비워둔 속 을 일배주(一盃酒)로 헹궈내는 것이리라. 하물며 석양이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음에랴
손주녀석 곁에 누웠으면/오던잠도 달아난다/잠꼬댈 하는가 하다간/자지러지는 울음소리/고향집 옛매미소리/이 삼동에 듣는다. 삼동(三冬)에 듣는 매미소리 전문
손주에 대한 알뜰한 정이다. 오줌을 싸도 성가시고 안경다리를 부러뜨려도 그것 참, 그것참이다.그래도 어쩌겠는가. 한밤중에 단잠을 깨워도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매미소리로 들리는 걸. 곰실곰실 기어다녀야 온집안이 꽃핀다고 시인은 말한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꿈길로 가니/그님은 나를 찾아/길 떠나셨네.
우리는 너무 메말라 있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그래서 또 누구를 죽인다고 한다. 이를데 없이 살벌하다. 정녕 꿈길밖에 길이 없을까. (本社 論說委員)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