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12일로 시행 3년째를 맞는다. 지난 93년 8월 금융거래 정상화와 경제정의 실현 이란 취지로 전격 시행된 금융실명제는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금융실명제는 실시 이후 우리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돈의 흐름이 투명해졌고 이에 따라전직 두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과 같은 부정.부패의 차단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으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실시 기반도 구축됐다.
그러나 준비없이 시행된데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 이탈과함께 과소비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또 비밀보장에 너무 집착해 오히려 불로소득계층의 검은 돈을 보호해주는 역작용도 없지 않다.
재정경제원이 11일 펴낸 금융실명제 3년의 성과와 과제 라는 백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실명확인 대상 예금의 98.2%%가 실명확인을 마쳤고 가명예금의 98.7%%가 실명으로 전환됐다. 또금융기관의 실명제 위반 사례도 지난 93년의 84건에서 올 상반기에는 3건으로 격감했다.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직접세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내국세중 직접세 비중은 금융실명제가실시되기 전인 92년에는 48.9%%였지만 지난해에는 53.4%%로 높아졌다. 금융거래의 투명화로 세원포착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이다.
이같은 사실들은 금융실명제가 일단 착근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성과의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과소비 풍조의 확산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금융실명제 실시 3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그동안 30%%대를 유지했던 국민저축률이 20%%대로 내려앉았고 과소비의 대표적인 행태의 하나로 지적되는 사치성 해외여행이 급증, 올해 여행수지적자는 사상 최대인 2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돈의 흐름이 투명해지면서 돈을 숨길 수 없게 되자세금으로 돈을 뺏기느니 차리리 써버리겠다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풍조를 막기 위해 최근 이자 및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장기가계저축과 근로자주식저축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떨어지는 국민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로 여겨지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닐 수 없으며 또 예외없는 과세 라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다시 한번 흠집을 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금융실명제는 충분한 사전준비없이 시행된 꼴이 된 셈이다.
이와 함께 모든 금융거래를 투명화했다고는 하지만 당사자들끼리 짜고 이름을 빌리는 합의차명등과 같은 실명회피 수단은 전혀 적발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은 돈 이 숨을 곳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재정경제원은 차명거래를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차명거래의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또 비밀보호 조항을 너무 경직되게 운영한 나머지 정작 적발해야 할 검은 돈 에 대해서는 보호막이 되고 있는 반면 서민들에게는 세금부담의 증가와 금융거래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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