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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春秋

개구리와 맹꽁이는 서로 닮았어도 그 울음소리는 전혀 다르다. 외형은 비슷해도 각기 타고난 울음소리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소는 소울음소리를 내야하고 닭은 닭울음소리를 내게 돼있다. 개는개소리로 짖고 염소는 염소울음소리를 낸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개체간 고유의 소리를 온전히가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쥐들만 사는 외딴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하자. 쥐들이 본시 갖고 있는 본래의소리를 위장한채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있다고 해서 과연 쥐들이 고양이가 될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광경을 여행나온 고양이가 목격했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운 촌극일까. 고양이울음소리로 위장한 쥐들의 사회가 진정 도덕적으로 올바른 성숙한 민주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최근 우리사회에 기성(奇聲)과 가성(假聲)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위장한채 다른 소리를 내는 풍조가 만연한듯 싶다. 무고한 시민을 살륙한 자들이 역사를 운운하고, 독재권력을 지탱해주던 자들이마치 민주투사인양 자처하는 한마당 굿이 일어나고 있다. 항일독립운동가가 나서서 민족혼과 민족정신을 논한다면 몰라도 과연 부도덕한 과거를 숨긴채 바람난 왜가리가 발정한 돼지의 거짓울음소리를 낸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침묵한 다수의 심정은 어떨까.

병든 닭이 사자소리를 낸다든지, 숲속 너구리가 호랑이울음소리를 낸다고해서 본질이 바뀔 수 없다. 행정부는 행정부로서의 소신있는 정책집행의 소리를 내고,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서민 경제재건등 현안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고,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준엄한 법의 망치소리를 내주어야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민들은 벽장 속에 쌓아두었던 보따리를 풀어 희미해진 기억으로 자신의잊혀졌던 제소리를 찾아낼 것이다. 올지고 바른 한민족의 용트림한 소리 한소리가 세계에 울려퍼질 그날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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