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중견간부 ㅇ씨는 최근 미혼 남자 후배의 집들이를 가보고 깜짝 놀랐다.혼자서 33평 아파트에 사는 건 그렇다치고, 33인치 와이드비전에 7백ℓ가 넘는제네럴 일렉트릭 냉장고, 외제 세탁기, 오븐렌지, 2천㏄급 승용차에 이르기까지입이 딱 벌어졌다. 회사에서 또다른 후배에게 솔직히 좀 놀랐다 고 털어놓다가 또다시 창피 아닌 창피를 당했다. 부장님이 후져서 그렇지 요즘 사람들 다그렇게 산다 는 것이 아닌가.
배보다 더 큰 배꼽식 소비풍조가 더이상 특정한 한두사람의 일이 아니라 우리주변에 만연해 있다.
홈인테리어업체 ㄱ씨는 대형 아파트 입주자의 경우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에이르는 거품욕조, 욕실내 대리석장식, 1천만원대 싱크대로 개보수를 주문하는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신세대들이 늘어나면서 대구시 중구 남산동의자동차부품골목에는 새차를 치장하려고 오는 이들이 적지않다. 20대초반의 젊은 세대들이 크레도스 티뷰론 포텐샤 그랜저 등 중형이상을 타고 온 경우도 부지기수.
쏘나타Ⅲ를 몰고 온 ㅇ씨(27.회사원)는 수입휠, 우드핸들, 선루프, 오디오 등을바꾸는데 7백여만원을 들였다 고 자랑한다. 차값 1천3백60만원의 절반을 치장에 쓴 셈이다.
새차를 뽑자마자 이곳에 와서 멀쩡한 바퀴는 물론 핸들, 오디오 등을 바꾸려는신 세대들이 많아요. 이들에겐 2백~3백만원의 비용이 아깝지 않은 것 같아요.때때론 1천만원에 이르는 오디오세트를 부착하는 간큰신세대 도 있어요 라고카인테리어관계자는 말한다. 1천만원대의 수입카오디오 파이오니아 켄우드등도 많게는 하루에 5~6세트나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가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고도소비사회에 접어들었다지만 과소비는 과거처럼 일부 부유층 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은 물론 서민층까지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최근 국민경제연구소가 전국성인남녀 1천4백31명을 상대로한 소비의식조사결과는이를 잘 드러낸다. 응답자의 46.2%%가 과소비풍조가심하다 고 밝혔다. 과소비풍조의 원인으로 25.1%%가 부유층의 과시적소비 를꼽았고 24.5%%는 모방심리 , 23.2%%는 광고 등 과도한 소비자극 때문이라고 조사됐다.
재활용협회대구경북지부 최창길씨(36)는 아파트입주때만 되면 버려지는 가구나 가전제품 등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떤 집은 타이탄 트럭 1대론 감당도 못할정도죠 라며 올해들어 7월까지 수거를 의뢰한 집은 1만여곳에 달한다고 전한다. 한집에 3가지를 버린다고 어림잡아도 3만여개의 활용가능한 가구,가전제품들이 제수명을 못 채우고 버려져 알뜰 소비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을 실감케 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가족용 대학기숙사는 주위에서도 시설이 제일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 일반적인 기숙사의 개념을 뛰어넘는 건물인데도 부엌에는 20~30년전쯤의 구형 냉장과 들어있다. 아주 못쓸 정도로 고장이 나면 교환을 해주는데똑같은 모델의 똑같은 크기의 냉장고다.
이나라에는 최신형은 없나 하면서 일년에 몇번씩 디자인에 성능까지 바꿨다고선전하는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생각났다. 친하게 지내는 대학교수 부엌에도 역시 조그만 냉장고가 들어 있었다. 불편하지 않으냐 고 물었더니 아직 쓸만하다 고 대답했다.
영국사람들의 물건 오래쓰고 아껴쓰는 버릇을 가장 잘 볼수있는 곳은 채러티숍(Charity shop)이다. 모든 자선단체에서 자기들의 기금을 모으는 방법으로 운영하는 중고품가게이다.
주전자, 유리그릇세트, 침대, 라디오, 그림…. 그중에는 저런 것을 누가 쓴다고가져다 놓았나 싶은 물건도 있지만 손님들은 값을 치루고 사간다. 그 많은 물건이 모두 기부받은 것이지만, 그 거대한 자선단체가 움직여질만큼 물건을 사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인들의 옛날물건 좋아하는 정신은 반드시 그 물건이 가치있거나 전통있는것이어서가 아니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생활용품까지도 그들에게는 앤티크(골동품) 이다.
자고로 물건이란 쓰는 사람의 혼이 담기는 것이고 그래서 함부로 할수 없는 것이란게 이들의 기본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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