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에 잠시 조국을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개 따 종합순위 10위에 올랐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좌표일수는 없다. 변화무쌍하게 펼쳐질 21세기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우리나라는 뿌리와 줄기가 튼튼하며 잎이 무성한지를 한번쯤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리고 뿌리가 심어져 있는 땅은 척박하지 않은지, 풍우를 견딜 바람막이는 있는지 또 햇살은 충분한지 그 주변환경까지도 체크해 봐야한다.
재정경제원이 조사해둔 우리나라의 건강지수는 얼마인지는 몰라도 피상적으로느끼는 대략지수는 총체적 난국 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할것 같다. 우선 한반도 남쪽이란 지정적 특성이 좋은 환경을 꾸며주지 못하고 국민각자가 갖고 있는 애국적이지 못한 의식구조가 난국돌파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리더인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투명하지 못하고 대체로 손이 검기 때문에 장래는 암울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가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국민의 결집된 힘의 크기에 좌우되지만 다르게 말하면 공직자들의 지도력여하가 성패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진입을 눈앞에 둔 나라는 특히 공직자의 역할이 크며그들의 손은 마니 폴리테 (깨끗한 손)가 되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관직에 있는 이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 〔무치지치(無恥之恥) 무치의(無恥矣).맹자의 盡心章句上〕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월여전 강원도 어느 경찰서장으로 부임하는 이가 부녀자매매등 전과 9범 소유의 외제승용차를 타고 갔다가 입초 의경들에게 제지당했단 기사가 신문에 난적이 있다. 공직자들이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몰염치는 사회적 관행으로 널리 퍼져 있고 당사자도 그것이 부끄러운 짓인줄 모를 정도로 사회는 크게 타락했고넓게 부도덕하다.
최근에 나이트 클럽에서 집단폭행당한 중견기업인이 경찰에 알려봤자 불이익당할 것이 뻔해 신문광고를 통해 폭력배의 실상을 고발하고 죽음을 각오한 공개도전장을 낸일이 있다. 한 지역에서의 폭력배 횡행을 경찰이 막지 못하고 청와대가 나서고 대통령이 포도대장이 되어 이 놈 잡아라 고 할 정도라면 나라의체통은 말이 아니다.
이야기의 서두가 경찰로 시작되어 진짜 민중을 위해 고생하는 많은 경찰관들에겐 누가 되었지만 그것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공직자들의부조리 내지 몰염치는 어느 부서를 꼭 집어 지적할 것도 없이 도처에 만연되어있다.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세무비리는 그걸 잘 증명해주고 있다. 구청세무직들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 후에 보니 국세청산하 세무공무원들도 이에 못잖은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몰염치풍조가 문제
최근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위원장.서영훈)가 실시한 여론조사를보면 기업체 인사들의 절반이상이 최근 1년동안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제공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응답자의66.6%%가 공무원이 부당한 일을 무마 묵인해주고 대가를 받는다 고 지적했으며인허가등 이권이 걸린 문제와 관련해 특정인에게 일을 잘 봐주고 뇌물을 받는공무원이 있다 고 말한 사실이다.
옛날 관가에서도 가렴주구(苛斂誅求)와 뇌물이 없지 않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몰염치 풍조가 팽배하진 않았다. 많은 공직자들은 청렴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으며 사직의 안위를 항상 걱정하고 있었다.
현 중앙공원 자리인 옛 경상감영의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 내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나라의 봉록은 백성의 피와 기름이요 백성을 학대하긴 쉬워도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다 [이봉이록(邇俸邇祿) 민지민고(民脂民膏) 하민이학(下民易虐) 상천난사(上天難斯)] 당시 백성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관찰사도 영조대왕(英祖大王)의 어필로 씌어져 있는 이 현액을 볼때마다 자칫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추슬러 옷깃을 여미었을 것이다. 광복절 아침에 다시 한번 나라를 생각해 본다. 공직자의 염치만이 그들의 손을 흰손으로 지켜줄수 있다는신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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