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없는 '흥청망청'-브랜드

"외국商標면 '무조건OK'"

자체상표로 백화점에 진출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죠. 자체상표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됐죠. 비싼 로얄티를 물고 외국상표를 도입하게 됐는데 매출이 급증하더군요 손수건을 생산하는대구의 모 업체 임원의 말이다.

같은 제품도 외국의 유명상표를 달면 소비자들의 보는 눈 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년한해 우리기업들이 외국브랜드 로열티로 해외에 지출한 돈은 20억달러, 우리돈으로 1조6천억원에달한다.

대구의 모여고 1학년 ㅇ양은 베네통 DKNY 티셔츠에 데땅트 트레벌폭스 정도는 신어야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요. 비싼 브랜드가 아니면 아예 보세를 입고 다니죠. 중저가브랜드는 싸구려 취급을 받거든요 ㅇ양은 60명의 자기반 친구중 대부분 6만~7만원대의 유명브랜드 티셔츠1~2가지는 갖추고 있다고 한다.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ㄱ씨(30.남구 봉덕동)는 바깥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 옷차림에 민감한 편이죠. 한달에 한번꼴로 옷을 사입는데 비싼 느낌은 들지만 기죽기 싫어 유명브랜드를 찾죠. 남의 눈에 안보이는 속옷도 2~3배나 비싼 유명브랜드를 입는 세상인데요

백화점 한해 매출의 절반은 바겐세일때 집중된다. 평소 유명브랜드 옷에 마음만 있었지 가슴이졸여 선뜻 사입지 못한 서민들에겐 더없는 쇼핑기회다.

특히 유명브랜드 한정판매코너의 경우 북새통을 이룬다. 출고된지 1~2년이 지나 공장에 들어갔다가 나온 비정상품이지만 유명브랜드기 때문에 품질이야 어떻든 무조건 사고보자는 심리다.너나없이 브랜드중독 에 걸렸다.

유명브랜드선호가 저변확산되자 일부 업체들은 소비심리를 한층 더 부추기기 위해 차별화전략을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노세일브랜드 . 할인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것. 최근들어 이같은 브랜드가늘고 있다. 대백프라자의 경우 올들어 노세일 브랜드가 9개나 늘었다.

지방시무슈 랑방 미소니 레드옥스 빈폴 등등…. 이 백화점 한 관계자는 노세일브랜드 의 매출이 작년보다 평균 10~40%%나 늘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허식때문인것 같아요 라고 설명한다.

브랜드선호심리에 편승해 가짜브랜드들도 시중에 판을 치고 있다. 지난6월 대구의 한 봉제공장은잭니클라우스 등 가짜의류를 대량생산, 시중에 판매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중구 남산동 양말골목 은 명절대목이 되면 암암리에 빅맨 트라이 등 유명상표를 위조한 양말을 전국에 유통시킨다는 것이다.

메리야스가게 주인 ㄱ씨(50.북구 복현동)는 양말한짝도 이름있는 상표가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않아요. 대부분 유명브랜드 양말만 찾아요.현실이 이러니 양말공장들도 대부분 유명상표를 몰래찍어 시장에 내놓고 있어요. 시중의 80~90%%는 아마 가짜상표일 걸요 유명브랜드에 젖어 있는우리사회의 소비풍조를 되돌아 보게하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

코트의 대명사가 돼버린 바바리 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의류 브랜드이다. 그러나 정작 이상표는 영국인들에게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옷차림에 검소한 영국인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비싼 옷 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잦고 바람이 많은 궂은 날씨 때문에 바바리코트가 필요하지만 상표는 아무래도 괜찮다. 오히려 값싸고 품질좋은 것이면 더욱 좋다. 유명상표는 돈많고 유명한(?) 일부 사람들의 취미품일뿐이라는 생각이 이곳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유행과 패션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런던에서도 유행을 좇는 이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들 그런것과는 인연을 끊은듯 자기멋대로 입고 다닌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류 브랜드로 치장한 모습들을 영국거리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이들에게서 유명상표나일류브랜드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그런 틀안에 가두는 것에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똑같은 상표, 똑같은 스타일의 옷차림은 자신의 개성을 죽이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자기만이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비싼 가격의 헛된 포장지로 가리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이미 잘알고 있는듯한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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