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없는 '흥청망청'-외제병

"빗나간 [세계화]...아동복도 '외제'"

다섯살 된 아들손을 잡고 백화점 유아복코너를 찾은 주부 ㅇ씨(29.수성구 범물동)는 아들에게 입히기 위해 직수입한 레노마 한 벌을 산 뒤 백화점카드로 옷값 36만원을 결제한다. 남성 정장한벌값과 맞먹는 금액이다. 애들옷치고는 너무 비싸고 구태여 수입옷을 입힐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ㅇ씨는 요즘도 국산, 외제 가려가며 쇼핑하는 사람있어요. 깜찍하고 이쁘면 그만이지. 하나뿐인 아들인데 남들과는 다르게 입혀야지요 라며 묻는 기자가 이상하다는 반응이다.이를 지켜보던 백화점 한 직원은 뉴골든 등 국산브랜드도 있지만 젊은 부모들은 이보다 베네통 게스 아놀드파마 등 외제옷을 선호해요. 부모들이 먼저 수입브랜드에 젖어 있기 때문이죠 라고 귀띔해준다. 이 백화점의 올 상반기 수입품매출액은 2백5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에달한다.

시장개방과 세계화 물결을 타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제가 넘쳐나고 있다. 외제옷을 걸치고 외제자동차를 타는 것이 세계화 로 나아가는 일등국민이 되는 것인듯….

젖먹이는 외제유모차에서 자라고 어린아이들은 미제 레고 나 리틀타익스 를 갖고 놀면서 거부감없이 외제에 길들여진다.

중고생들에게 티셔츠는 베네통 신발은 트레블폭스 손수건, 벨트, 지갑은 닥스 가방은 필라 베네통 시계는 스와치 가 대명사로 통한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동네 통닭집보단 KFC 나파파이스 피자도 피자헛 미스터피자 등 외국체인점에 가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컷이나 파마도 프랑스계의 쟈크데상쥬 등 외국미용실에 가야 유행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성인이 되면 그 정도가 심해진다. 10만원대 니나리찌 와이셔츠, 10만~20만원대의 라일앤스코트 먼싱웨어 등 수입골프티셔츠, 1백만원이 넘는 바바리 를 입고 버지니아슬림 이나 마일드세븐 을 피워야 직성이 풀린다. 일부 돈있는 중년부인들은 몸매관리를 위해 1백만원이 넘는 일제맞춤속옷세트를 사입기도 한다.

이처럼 절제없는 외제소비로 올 상반기중 의류수입은 5억6천3백9만여달러, 작년동기보다 무려44.3%%나 증가했다. 또 지난해 대구지역내 외산담배소비량은 전년보다 40%%가 증가한 3천5백30만갑에 달했고 올 상반기중엔 1천7백17만갑이 팔렸다.

외제자동차도 대구지역에만 한달에 2백여대가 판매될 정도로 호황. 특히 5천만~8천만원대가 인기라고 한다. 3년전만해도 1년에 고작 1~2대 팔았죠. 그러나 요즘엔 한달에 15~20대는 거뜬히 팔아요. 시장개방영향으로 시민들의 외제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청와대에도 벤츠가 7대나 있다는데 돈많은 사람들이 자기돈으로 외제차를 탄다고 해서 누가 손가락질 하겠어요 외제자동차대리점 한 직원의 말이다.

과거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외제선호현상은 이제 중산층은 물론 서민층까지 닮아가고 있다. 여기엔 제품개발은 뒷전이고 돈만되면 막무가내로 수입하는 대기업들과 백화점의 장삿속, 그리고 이를 묵인내지 조장하는 정부의 경제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의 소비자들은 비싼 물건=가치있는 물건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거품경제 시대에는 고급수입브랜드품이 날개 돋친듯이 팔려, 비싸니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으나최근에는 가치에 맞는 가격이 아니면 사지 않는 쪽으로 소비패턴이 바뀌었다.

이시하라 시타로(石原愼太郞)란 사람은 그의 유명한 저서 NO라고 말할수 있는 일본 에서 불량제품을 줄이는데 성공한 일본회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제품의 높은 불량률을 비웃고 있다.일본은 미국문화의 외양을 모방하기에 바쁜듯 하지만 강한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까다롭고 보수적인 소비자들은 일본 국내 제품에 대해서는 믿을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상황속에 일본에는 어디가나 외제물건이 흘러넘친다. 그러나 싸구려제품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까다롭고 합리적인 소비행동을 하는 일본인들은 값이 싸다고 그러한 외제품에 달려들지는않는다.

일본에는 무역흑자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수입외제품을 사서 쓰자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부와 공공단체들이 앞장서서 캠페인을 벌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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