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平壤연락소 개설의 속뜻

북한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문제가 새삼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초대 평양주재 연락사무소장으로 내정된 칼 스펜스 리차드슨 국무부前한국과장이 21일부터 사흘일정으로 토니 홀하원의원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슨의 방북목적은 미국의회내 기아센터 창설자이자 의장인 민주당 9선관록을 갖고 있는 홀의원의 여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평양에 체류하면서 사무소 개설에 따르는 기술적문제들을 협의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당국자 사이에 연락소개설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어 일정의 기초가 마련된다면 한미관계는 물론 한일.미일.북일관계를 비롯한 한반도문제가 전반적인 영향을 받게될 것은 너무나 뻔하다.북한과 미국사이에 일이 잘 풀리기만 했다면 양국의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여름에 개설될 수 있었고 리차드슨도 이미 평양생활 1년을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행낭의 판문점 통과와 미국 외교관들의 판문점을 통한 남북왕래등 사소한 문제들을 북한측이 거부하는 바람에 북.미회담은 장기교착상태로 빠져 들었다.

리차드슨 내정자는 두번에 걸친 서울근무와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했으며 더욱이 91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선언등에 실무진으로 참여한 한국통이다. 그런 경력의 외교관이 이번 홀의원의 북한 식량사정을 알아보기 위한 방북길에 동행자로 참여했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 그 무엇을 함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미국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때다. 대선이 10주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클리턴대통령은 보브 돌공화당후보측으로 부터 외교정책 실패등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다. 클린턴으로선 한국과 공동 제안한 4자회담과 남북대화 재개 제의등이 북한으로 부터 이렇다할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자 얼른 생각해 낸것이 북.미연락소 개설이란 해묵은 당근을 다시 끄집어낸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클린턴행정부는 공화당의 적극적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외교부문의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홀의원을 앞세운 인도적 식량난 해결을 위한 기치와 리차드슨이 뒤따라가는 연락사무소 기치를 북한으로 동시에 들여 보낸것 같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클린턴행정부에 바라는 것은 한반도문제를 미국대선과 너무 연관지어 해결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반도문제가 선거에 종속된다면 남북대화는 물론 항구적 평화정착은 영원히풀리지 않는 미제로 남게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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