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탓이오 네탓이오

엊그저께 청와대에서 전국 총학장 3백여명이 잡수신 점심은 소문난 칼국수가 아닌 우거지국 이 었다. 아마도 대다수 총학장들은 우거지국을 먹으면서도 시종 입맛은 씁을 것이다. 우선 오찬 초대가 축하나 격려의 식사초대가 아니라 제자들을 잘못 가르친 못난 스승의 부덕을 나무라는 자리였는데다 몹쓸 제자들의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상아탑의 파괴현장으로 데리고 다니 며 눈이 있으면 이꼴을 좀 보라 는 무언의 타박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자성과 자괴의 아픈 심정뿐 무슨 할말이 있었겠는가. 우거지국이 아니라 소금국을 먹이고, 힐문이 아니라 종아리를 때렸다 해도 할말이 없을 참담한 심기 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대학교육에 대한 복합적인 불만은 평소 국민들도 조금은 공감을 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다. 대학안에 좌경화된 극렬분자들이 그토록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규모로 세력화될때까지 대학은 무얼하고 있었는가라는 교육적, 도의적 책임을 따지는 물음에는 천하의 이론가인 석학들도 입을 다물수 밖에 없다.

솔직히 그동안 우리대학이 학생들의 이념교육 지도나 의식지도를 포기 하다시피 방관하고 문제 제자에 대한 교육적 접근 자체를 기피해 왔던 부분이 있었음을 부인할수 없다. 부끄럽겠지만 사 실이었다. 그러나 과연 대학 스승들의 비겁 과 무능 교육포기 가 한총련사태 원인의 전부였 을까.

대통령의 밥상머리 훈시 앞에서 고개를 떨굴수 밖에 없는 처지가된 총학장들을 포함해서 의식있 는 다수 교수들은 대학의 책임 이라는 캠퍼스 바깥의 비판과 힐문을 부인하거나 교육자로서 책 임을 회피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적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작 대학교육이 이렇게 되도록 한게 누구냐는 억울한 불만이 꿈틀했으리란 짐작도 간다.

대학의 스승들이 좌경운동권 제자들에게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존경을 잃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 이 아니다. 이미 그 씨앗은 군사정권때부터 심어졌고 물같다던 6공의 무기력한 정권을 거치고 좌 익세력에 메스를 가한 일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받는 문민정부에 이어지는 동안 싹이 번지고 줄기 가 굵어지고 뿌리가 깊어져 드디어 오늘의 연세대 사태로 불거져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대학의 스승들은 제자하나 뜻대로 가르칠수 없는, 또는 가르치지 못하는 무력한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하거나 고뇌해온 스승으로서의 자성과 자괴가 없지 않았으리란 긍정적 신뢰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운동권 제자에게 출석성적 엄하게 매기고 학점을 공정하게 다뤄 성적이 나쁘면 과감하게 과락시키면 당장 어용교수로 매도되거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나붙는 캠퍼스 분위기 속에 고고하게 스승의 참길을 걷는다는건 바보가 되거나 돈키호테가 되는거나 다름없다. 한때 정보기관에서 누구누구를 제적시키라고 하면 제자를 쫓아내는 하수인의 악역을 스승이 해야 했던게 우리 대학이었다.

대학이 학칙에 의해 문제학생을 제적시켜 놓으면 어느날 갑자기 정치권에서 무더기 복학조치를 내려버리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잘라라하면 제자의 꿈도 장래도 싹둑 잘라버리는 스승, 그런 스승 들이 학칙에 의해서 제적시켜봤자 정치권의 말한마디면 다시 복학될수 있는 모순을 보면서 커가 는 제자들이 그 스승의 말씀에 제대로 귀귀우릴리 만무하다.

학생들에게 법과 질서를 요구하고 말하면서 국가의 안보가 걸린 율곡비리사범들까지 무더기로 특 별사면시키고 법정선거비용초과 국회의원이 20명이 넘는 정치권의 실종된 법정신과 정의에서 쇠 파이프와 화염병을 휘던지고도 범법의식을 못느끼는 법질서 무감각을 배우고 있다면 비약된 논리 라 할 것인가. 우리모두의 공존을 위해 한총련 조직내의 좌경세력은 철저히 깨뜨려야 한다. 더이 상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다만 잘못 길들여진 빗나간 아이들을 더이상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한 대책에서는 총학장에게 우거 지국 먹여놓고 훈시만 한다고 될일이 아니란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의 반성, 의경의 죽음 앞에서도 당략(黨略)에 맞춘 논평이나 내고 있는 정 치권의 각성, 그리고 의식있는 교수들의 제자 가르치기 에 정치가 끼어들지 않는 교육 자율화부 터 우선 돼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케한 한총련 사태였다. 네탓 네탓 하고 있으면 아이들은 남 탓하는 것까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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