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가을을 앞당겨 느끼며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를 되돌아본다. 올여름에는 집중호우로 또다시 물난리가 났고, 4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이있었으며, 갖가지 폭력사건에 대한 보도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한여름 축 처진 우리의 마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보다 연이어 터져나온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소식이었다. 이 사건들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우리 사회의 도덕성 문제를 다시금 거론하게 하였고, 성의식과 성교육에 대한 열띤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도 동참하여 성폭력 특별법의 수정을 논의하였고, 며칠전에는 초.중.고학생의 체계적인 성교육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는 교육부의 발표도 있었다.

그런데 성폭력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 할때 다른 한편에서는 터키탕 신설 붐이 일고 있었다. 공중위생법의 개정으로 7월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규제가 풀리면서 전국의 관광호텔이 돈벌이가될 터키탕 신설에 앞다투어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터키탕 이라는 이름에 대한 터키대사관측의 항의로 터키탕은 증기탕 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문화의 일부로 변신, 자리잡게 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골목 골목에 퇴폐업소가 즐비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퇴폐의온상이라 불리는 터키탕이 더 신설 된다고 한다. 성폭력 해결을 위한 범시민적인 열기가 터키탕의 증기로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효성가톨릭대 전임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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