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박기형씨(38.여). 한살때 열병으로 농아자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생각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 그런 박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애착을 붙이고 살 수 있는 무언가를 붙잡는 일이었다.
24세가 됐을 때 그런 선물이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다. 현재 마흔살인 남편은같은 처지의 농아자. 그리고 고아. 딸 지영이가 보석으로 빛나기 시작한것은 더 큰 희망이었다.이제 비극은 끝났는가 싶었다. 부부는 호떡 장사를 하며 지영이를 대학까지 보내야지, 집도 한칸장만해야지 라는 꿈에 부풀었다.
악물고 사는 중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남편의 신장결석. 둘이 합쳐야 성한 사람 하나 몫인 이들에게 반쪽이 쓰러지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5년간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남편의 병이 조금씩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운명인가. 하늘은 요만큼 사는 것 조차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번엔 박씨가 쓰러졌다. 지난 6월 밝혀진 병명은 골수암.영남대병원에 드러 누운 박씨는 요즘 또다시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죽음은 차라리 덜 두렵다. 이제 초등학교 졸업반이 된 지영이가 밤낮 없이 눈에 밟힌다.
의사는 골수이식을 하면 된다고 했다. 언니 골수가 맞다는 판단도 나와 있다. 그러나 누가 3천만원이나 되는 수술비를 댈 것인가. 3남매나 있지만 그 중 둘도 농아자다. 돈 안드는 골수라면 열번이라도 줄 수 있지만 돈 얘기엔 가슴만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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