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빌 클린턴과 보브 돌의 신경전에 못지않게 그들의 내조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엘리자베스 돌의 안방대결 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민주당의 클린턴이 지난27일밤 열린 민주당전당대회장에 아내인 힐러리를 내세워 군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장면은 대단히 미국적인것이었다. 힐러리는이날 우리부부에게 있어 딸을 양육하는것보다 더 어려우면서도 뿌듯한 성취감을 안겨주는 일은 없었다 고 전제, 이런 경험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하고 희망있는 자녀를 양육하는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면서 청소년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힐러리는 그동안 대통령 임무에 버금가는 개혁을 서두르다 지나치게 똑똑한표시를 내며 클린턴과 공동대통령직 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아냥속에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돌팔매 를 맞고 전면에 등장하기를 꺼려왔다.
퍼스트레이디란 상징적이지 국정에 참견해서는 보기좋지 않다는 미국인들의사고방식을 힐러리로서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힐러리는 이번 선거전을 위해 연설자로 나서 클린턴을 내 남편 대통령 으로번갈아 호칭해가며 남편자랑겸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의 행보가 또다시 특유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힐러리와 함께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또다른 여걸은 보브 돌 공화당대선후보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돌. 엘리자베스는 힐러리에 못지않게 박학다식하며 미적십자 총재를 맡는등 공직생활 경험도 풍부한 여장부다. 엘리자베스는 지난번샌디에이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토크쇼 진행자를 뺨치는 능수능란한 연설로매스컴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미시사주간지 타임 은 설탕처럼 감미로운입술로 침체일로의 공화당 분위기를 뒤바꿔놓았다 고 극찬했다. 엘리자베스가연설도중 단상에서 내려와 당원들 사이를 오가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란 주제로 남편자랑을 한것은 평범한 가정얘기라는 점에서 힐러리의 경우와 비슷했다.
미대선이 치러지는 11월이 다가오면서 클린턴과 돌후보의 정책대결이 불을 뿜겠지만 두 후보의 내조자간 자존심 대결 이 더 큰 볼거리가 될것이라고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말한다.
미국의 이러한 장면은 우리의 처지와 심하게 대비된다. 며칠전 전두환.노태우씨가 중형을 선고받을때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백담사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고 노씨의 부인 김옥숙씨는 안방에 누워있다 선고형량이 낮아지자 미역국을먹는등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우리는 얼마를 기다려야 내 남편이 최고 를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있게 외칠수 있는 여걸을 볼수 있을까. 암탉이 울면집안이 망한다 는 동양의 속담을 의식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여걸들을 보고싶은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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