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국가공단지정문제를 놓고 대구전체가 시끌벅적하다는 소식을 들은 한 지역출신인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연 위천공단만이 대구사람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안겨줄 대상이 되는가 하는의문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간단명료했다.
위천공단을 조성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정으로 대구경북지역을 살리려면 덩치큰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도로, 공항등 사회간접자본을 만들어 놓으면 오지 말라고 하던 공장들이 저절로들어오고 싶어한다는 논리다. 그는 시급한 현안으로 △대구공항확장 △대구~포항간 8~10차선 고속도로및 복선철도 △포항 영일만신항건설 △경부고속도로(구미~경주)확장등을 들었다.
이 얘기는 우리가 요즘 말하는 사회간접자본(SOC)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는 물류비용 이라는 명제가 성립될 정도로 사회간접자본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물류비용이 매출액의 14%%이상(94년 교통개발연구원통계)을 차지한다고 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도로가 제대로 뚫리지 않고 공항.항구가 없어 길에 돈을 뿌린다고 하면 지역경제가 잘될리 없다.
이런 점에서는 대구경북지역은 아사직전의 상태다. 사회기반시설이 시원찮은곳의 장래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구에 공단유치권유를 받는 기업들(삼성자동차등)이 툭하면 물류비용핑계를 대며 회피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 연유한다.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구경북지역이 사회간접자본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적다는데 있다.
정치권력의 향배에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사회간접자본확충이다.투자우선순위는 권력에 따라 정해질수 있는 생물과 같은 존재인 탓이다.대구시가 위천공단이라는 고육지책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숨겨진 이유인 셈이다.
이해봉 전시장(현 국회의원)의 얘기는 지나간 시절을 다시한번 음미하게 한다. 80년대초반에는 SOC에 대한 개념이 없었지만 80년대후반 이것이 절실해졌을
때는 타지역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치상황으로 인해 지역에 투자할 기회를 잃었다. 또 출신지역덕분에 출세한 사람은 부지기수지만 고향을 돌아본 사람은 없었다. 그결과 지역에는 불행한 일이 됐지만 국토의 균형개발적 측면에서는 평가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가 됐다
지난달 재정경제원등 관련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회간접자본확충계획을 보면 5대 국책사업및 95~98년의 35개 민자유치사업중 대구경북지역에 해당되는 것은 고작 3개.
영남권 복합화물터미널(김천 6천9백70억원), 구미~옥포고속도로(5천9백18억원),포항 영일만신항만(6천98억원)등이다. 이중 두개는 가능해졌지만 포항신항의 경우 2천년대초반까지 엄두도 낼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포항신항은 당초 대구경북지역의 수출입물동량의 원활한 처리기능과 함께 환태평양시대의 국제교역기지로 인식됐다. 그러나 96년 5대국책사업에서 제외된데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도 몇십억원밖에 책정되지 않아 좌초직전의 상태다. 이의익(李義翊)의원은 건교부에 문의해본 결과 2020년까지 투자할 재원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며 비관적인 내용을 전했다.
대구공항도 난맥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국제공항으로 승격되기는 어렵고중형기조차 활주로파손을 이유로 이착륙할수 없도록 묶어놓았다.
대구~포항간 산업도로는 내년예산안에 포괄사업비로 설계비가 계상되어 있지만예결위에서 통과될지 미지수다. 내륙의 중심도시, 전국 3대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한 현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경남지역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두드러진다. 권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반증일지 모르지만 8개의 덩치큰 SOC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5대국책사업인 부산 가덕도신항(사업비 5조5천억원)을 필두로 울산신항(1조7천억원), 부산해양종합공단(5천5백억원), 해운대온천지구(2천1백억원), 울산대교및접속도로(2천억원), 부산~김해경량전철(4천9백억원), 거제~가덕도~부산대교(6천9백억원)등이다.
야당의원들은 이를 두고 역대정권사상 이같은 편향적인 개발은 일찍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밖에 삼성승용차가 들어서는 녹산공단, 장유공단, 부산과학단지, 용원공단, 양산물금신도시등 개발사업도 즐비하다.
서해안지역도 5대국책사업인 인천국제공항(4조2천7백억원), 아산항(2조9천억원)광양항(2조5천억원)을 비롯 80년대말부터 중국교역및 정치적 배려에서 시작된서해안개발로 활기를 띠고 있다.
대구경북과 타지역간의 대조적인 모습은 국토개발계획의 청사진을 뒤바꿨다는지적마저 있다. 인천에서 출발해 서해안, 남해안을 돌아 경북 강원등 동해안을거치는 U자형 국토개발계획이 L자형으로 돌변한 것이 대표적인 예.
정부의 7대광역권개발계획(94년발표)과 제3차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11년)에서 천명했던 개발축이 서해안부터 부산, 울산에서 끝이 나 현재 L자형으로 되어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포항 영일만신항, 포항~대구광역권, 감포~울진 해양관광벨트개발등의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당분간 국토개발에도 소외받는 지역이됐다.
이처럼 투자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부예산을 투자하는데는 경제여건, 지정학적 조건등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람의 판단이나 의지에 좌우되는 현실을 보이고있는것이다.
TK가 30여년동안 정권을 잡고 있으면서 지역에는 내세울만한 사회기반시설하
나 없는 것일까. 홍철(洪哲)박사(전건교부차관보)의 얘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대구경북사람은 예전 정권을 잡고 있을때 처럼 자세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단적인 예로 지역에서는 대구공항, 포항신항등이 필요하다고 난리들이지만 정작정부부처나 여당에 그 얘기를 전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라도와 부산출신인사들은 지역현안해결을 위해 철저하게 의논하고 역할분담을 하는데 반해지역인사들은 내 체면좀 살려달라 는 얘기가 고작이죠
홍박사는 지난 30여년간 윗사람에게 하소연하면 해결해주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게 지역의 어려움을 더해주는 요인 이라며 시대에 걸맞은논리와 철학, 그리고 자세변화가 절실하다 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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