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썰렁한 人力시장

"품삯줄어도 일자리 찾기 힘들어"

지난 7일 새벽 6시 남구 대명동 안지랑이네거리. 아직 초가을이지만 선듯선듯 부는 새벽바람엔벌써 찬기운이 완연하다. 운동화를 신은 남자 20여명이 웅크린채 오가는 사람을 무심히 쳐다보고있었다. 장기불황 여파로 밥벌이조차 힘들어진 새벽 인력시장 사람들이다.

이모씨(54.남구 대명9동)는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고개부터 내저었다. 2~3년 전만 해도 한달에보름은 일했는데 올해는 7일 일하기도 힘들다 고 했다. 이날까지 3일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씨는 오전8시를 넘어서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새벽 인력시장이 요즘 더욱 썰렁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2년째 계속되고있는 탓이다. 20개가넘는 용역회사도 일당 4만5천~5만5천원에 인부를 쏟아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일꾼이 넘치는데도 일자리는 줄자, 품삯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일꾼들은 한때 왕 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역전됐다. 일자리를 주는 십장 이나 건축주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루 8시간 일하는원칙도 스스로 깨뜨렸다고 했다.

새벽 5시부터 나와 기다려도 허탕치는 사람이 늘자, 일자리 구하러 나오는 사람도 줄고 있다. 7일오전8시30분까지 장기를 두며 끈질기게 일자리를 기다리던 예순 넘은 한 일꾼은 안지랑 인력시장도 곧 없어질 것 이라고 했다.

건축경기는 좀체 회복될 조짐이 없다. 게다가 막노동 세계도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그래서 새벽인력시장도 20세기가 막을 내리면 추억 의 갈피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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