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어제와 오늘-삶의 질

"각종 지표 '살맛 안나는 동네'"

5공시절 당시 대구를 방문한 전두환대통령은 이른 새벽 달성공원을 찾았다. 군사시설이나 공단지역을 둘러보던 대통령으로선 이례적 새벽 순시였다. 허겁지겁달려온 당시 이상희시장에게 전대통령은 달성공원이 부잣집 정원수준이라고비유해 대구가 나무없는 무미건조한 도시임을 지적했다.

그후 이시장은 두류공원을 조성하는등 본격적인 공원조성에 착수, 그나마 현재수준의 공원과 녹지가 확보됐다.

대구가 전국 시도 중 경제력 면에서 최하위 도시라는 사실은 이제 뉴스거리도못된다. 그렇다면 경제적 측면을 빼놓고 본 대구 시민들의 삶의 질은 과연 어떠할까.

각종 사회지표를 통해 들여다 본 대구는 속빈 강정이란 말이 꼭 들어 맞는다.

먼저 대구는 이렇다 할 큰 공장 하나 없으면서도 아이러니컬하게도 공해 면에서 전국 최악의 도시다.

환경부가 조사발표한 95 대기오염 분석 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6대도시 가운데 아황산가스와 오존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다. 지난 6월 환경부가 조사한미세먼지 오염 조사에서도 대구는 전국 최악인 것으로 드러났다.

악명높은 대구의 여름날 더위에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가 더 높은것은 이같은 대기오염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녹지, 공원 사정은 어떠한가.

통계청 1995년 자료에 따르면 도시공원 면적 면에서 대구는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넓은 녹지를 지니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구의 도시공원은 팔공산, 앞산과 그린벨트를 포함하고 있어서 실제도심에 위치한 근린공원만 따지면 전국 6대도시 중 5위 신세다. 가벼운 마음으로찾을만한 마땅한 공원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도심 공원이 부족한 대구에서 학교는 도심의 숨구멍 역할을 해 왔지만 그나마최근 십여년 동안 도심의 학교가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옛 부지에는 예외없이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고있다.

폐교된 중앙초등학교의 도심공원화 여론도 개발논리에 밀려 표류하고있다. 이제 대구시내에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맨땅을 밟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일이 됐다.

문화시설 면에서도 대구는 척박한 도시다.

먼저 인구 2백50만명에 걸맞은 공연장이 없다. 여승의 꼬깔모양을 본떠 지어진대구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순수공연장을 표방하는 것과는 달리 규모와 시설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예술인들은 지적하고있다. 객석이 1천석에 불과한데다무대와 오케스트라 박스가 작아 오페라 등 대형공연을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의 공연장과는 달리 공연장과 로비 사이의 출입구가 겹문이 아닌 홑문이어서 방음상태도 열악하다. 대구 문화예술회관은 시도를 대표하는 순수공연 시설로는 전국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대구에서 제일 좋은 공연장 사정이 이러할진대 공연중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들릴 정도로 방음상태가 나쁜 기차길 옆 대구시민회관은 더 말할 나위조차없다.

예술인들은 대구의 시세를 볼때 음향시설 등이 완벽하면서도 최소한 2천석규모의 대형 순수예술 전용공연장이 진작 세워졌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수적인 면에서도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채워줄 공간이 부족하다.

순수예술 중 대중적 수요가 가장 많은 연극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구는 공연장기근에 시달린 나머지 공연 불모지가 되고있다.

문화체육부 연감에 따르면 95년 한해동안 대구에는 모두 17건의 연극공연이 열려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있다. 반면 서울은 3백20건, 부산은 67건, 경남은 68건, 경기는 66건에 이른다.

대구의 문화 사정이 이처럼 열악한 것은 당국은 물론 대구 출신의 대기업들의대구 문화에 대한 투자가 인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공당시 대구에서 개최된 전국체전을 둘러보기 위해 내구한 당시 진의종국무총리는 귀경 비행기내에서 동행한 주영복 내무장관에게 지역정비가 잘돼있는데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했습니까 라고 은밀히 물었다 한다. 이에 주장관은 대구는 직할시이기 때문에 별다른 지원을 하지못했습니다 라고 답변했다고 한다.당시 대구시는 도시정비예산의 상당부분을 다른 도시와는 달리 주거환경에 필수적인 도심의 시 소유 습지 즉 못을 매각해충당했다.

그러나 총리가 특별지원을 했느냐고 물을 정도로 대구는 무슨 특별 배려라도받지 않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중앙일보사가 95년에 발간한 전국 74개 시(市) 비교평가 자료집 에 따르면대구는 35개 평가항목 중 전국 6대도시 중 최악으로 조사된 항목이 9개나 됐다.

대구시는 대기오염, 장바구니물가, 취업률, 행정서비스 항목에서 6대도시 중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될 수 있는한 낮은 순위가 나와야 바람직한 인구 1만명당 유흥업소 수, 범죄발생, 교통사고 발생등 부정적 항목에서는 6대도시 가운데 당당(?) 1위를 차지했다.

삶의 질 만족도 순위에서 6대도시 중 대구는 6개 조사항목 중 4개 항목에서 5위 내지 6위를 차지하며, 전체적인 생활여건에서 5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체 생활여건 순위 1위 서울, 2위 대전, 3위 부산, 4위 광주, 5위 대구, 6위 인천.

통계청이 발간한 95년 지역통계연보를 보더라도 대구는 사회복지, 교통사고사망자, 1인당 도로연장, 주차 수용대수, 복리시설, 부도율, 유치원, 도서관, 문화시설등 많은 항목에서 최하위 및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보급률의 경우 대구는 76.4%%로 서울, 부산을 제외하고는 전국서 가장 낮은수준을 보이고있다. 인구 1백인당 의료인수도 부산 3.8명, 서울 2.6명이나 대구는 0.5명에 그치고있다. 인구 1백인당 병상수도 서울 2.4개, 부산 2.0개에 훨씬못미치는 0.4개 밖에 안된다.

대구가 이처럼 살만한 곳이 못되는 도시로 전락한 것을 특정계층 및 집단 탓으로만 돌릴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지난 30년동안 일신의 영달만 챙기고 대구 시민들의 삶의 질에는 소홀했던 지역 출신 위정자들이 남긴 유산 중 하나라는 점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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