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世風

"[패시브] 겪어나기"

지난 애틀랜타올림픽때 레슬링 경기를 시청한 분들이라면 소극적인 선수에게번번이 주어지는 빠테르 자세를 보면서 묘한 느낌을 한두번쯤은 받았으리라짐작된다. 경기자세가 수동적인 선수에게 패시브 가 선언되면 그 선수는 매트중앙에 양손과 양 무릎을 대고 엎드리는 이른바 빠테르 자세란 것을 취하는데 이게 보기에 영 찜찜한 것이었다.

우리모두 빠테르

튼실한 등판을 뒤로 내맡긴채 너부죽하게 엎드린 자세하며 뒤쪽에 올라타듯이누르며 공격하는 또다른 경기자의 자세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 가운데 흘러나오는 해설자의 코멘트 또한 일품이었다고나 할까. 지금이 위기군요. 이럴땐 엉덩이를 들면 안되지요. 어떻게든 몸을 낮추고 매끄럽게 피해나가야지요… 어찌보면 요즘 우리나라 전체가 패시브 선언을 받고 너나 할것없이 빠테르 자세를 취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성장의 단맛에 빠져 방만한 국가 경영으로 흥청거리다 거품 경제 의 부기가빠지며 휘청대는 품이 꼭 방만한 경기 운영으로 패시브 선언을 받고 엎드리는그것과 흡사하다는 느낌인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도체 수익을 주체 못해 흥청거리던 재벌 기업이 불과 몇달사이 30% 감량 경영을 선언했고 또 어느 유수한 기업은 전례없이 8백여명을명예퇴직 시키는 판이니 여타는 불문가지….

대소 기업들의 군살빼기 감량 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나마 연명해 보려고빠테르 자세로 납작 엎드린 근로자들의 소리없는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 여간만 안쓰러운게 아니다.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듯 보이던 우리 경제가 어떻게 이처럼 큰 고통을 겪는것일까.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이 고비를 끝내 극복할 수 있을까.

경제정의 외면 탓

나는 전문식견이 없어 우리 경제가 갑자기 왜 이처럼 휘청대는지 잘 모른다.다만 주먹구구식 요량으로는 경제가 비경제적 요소에 의해 너무 좌지우지 되는통에 힘을 잃고 있는게 아닌가 느껴지는 것이다.

공장이 엔지니어가 아니라 법대(法大) 출신에 의해 다스려지고 정치인에 의해생산이 좌우된다면 벌써 국가 경쟁력은 물 건너간게 아닌가 생각된다.

대통령이 큰 정치 한답시고 수천억원씩 거두어 챙기고 총선때만 되면 손 벌리는 후보들을 피해 기업주들이 해외로 떠나는 그런 풍토에서 무슨 놈의 수출경쟁력이 나올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기술 개발보다 로비 를 통한 기업 확장에 힘을 더 쏟은측면이 없지 않았다.

또 각종 인.허가와 금융특혜등을 둘러싼 정.경.관 유착의 고리가 누적돼 경제가흔들리고 사회가 불안해지는 원인(遠因)이 된듯이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들은 정경유착을 비난하면서도 이를 단절키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권력층에 편승, 이익추구에 더욱 급급했다는 것이 요즘 세태에 대한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금처럼 티끌만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경쟁시대에 사회 구석구석에 이런 종류의 음성세금을 플러스 알파(+α )로 남겨둔채 개방 외압에 맞서 수출을 늘린다는 것은 지난지사가 아닐는지.

어찌보면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성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회와 경제정의를 외면한데 따른 역사의 패시브 선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데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 마련인데 하필 플러스 알파 적 요소 한가지만을 들먹여 나무라느냐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α 멀리해야

그렇지만 그게 아니다.

지도계층이 +α 에 맛을 들여 봐주기식으로 흘러가 버리면 공정한 경쟁체계가 무너져 버리고 많은 사람이 일할 맛을 잃게 된다.

때문에 정치인과 관료들이 지도자로서의 명예는 추구하되 재물은 멀리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진운(進運)과 연결되는 국가 경영의 시작이자끝 이라 믿어진다.

개혁시대라면서도 정치인, 교육자, 군인 가리지 않고 끝간데 없이 수뢰로 구속되는 이런 풍토는 이제 정말 청산되어야 할게 아닐까.

권력층이 돈을 좋아하지 않으면 나라는 저절로 흥한다 고 한 옛 선인의 말이

야말로 패시브 를 감내해야하는 우리가 귀담아 들을 충언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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