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세업체 사장 [회생불능] 목숨끊어

"不況태풍…"

빚 때문에 목을 맬 줄은 몰랐어요…12일 오전10시30분. 북구 산격2동 파출소에는 절망과 비탄에 잠긴 일가족이 넋을 놓고 있었다. 이날 오전6시30분쯤 배자못 건너편 대불산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된 박임상씨(44)의 유족들.

박씨는 플라스틱 사출업체 사장. 사장이라지만 종업원이 불과 4명인 영세기업체 대표였다. 3일전 집을 나간 박씨는 지난 11일 처남 곽태우씨(37)에게 전화를걸었다. 미안하다, 죽고싶다 는게 박씨가 이승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5년전만 해도 박씨는 종업원 10여명을 거느리며 사업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91년 4월. 거래처에서 받은 3억원짜리 어음이 부도 나애써 키운 공장까지 팔아야했다.

졸지에 무일푼이 됐지만 박씨는 처남 명의로 은행융자를 얻어 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94년부터 주문물량이 줄어든데다 경쟁회사도 곳곳에 생겨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또다시 거래처 어음이 부도 나 5천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더욱이 올들어 일감마저 뚝 떨어져 회생불능상태에 빠졌다. 은행이자와 집세는밀려도 월급만은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 빚을 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빚을 얻고도 종업원 월급을 절반밖에 주지 못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불황이란 유행성 감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독감 을 앓는게 영세 업체. 박씨도 이러한 불황태풍에 휩쓸린 희생자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입에 발린 중소기업 회생책조차 내놓지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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