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대통령 中南美순방 결산

"희망없는 대륙이 [新世界]로"

탱고, 삼바춤, 축구, 고인플레, 외채등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희망없는 대륙 으로 생각돼온 중남미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우리에게 가능성과 기회를 지닌 신세계(新世界) 로 다가오고 있다.

국교수립후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인 김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한-중남미 양측이 그동안 단편적이며 부정적이었던 시각에서 벗어나 함께 도모할 수 있는협력파트너 로 인식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광활한 땅과 풍부한 천연자원에 인구 4억5천만명의중남미를 미래가 없는 땅 으로 인식했으며, 중남미는 우리를 갑자기 부(富)를쌓은 동방의 소국(小國) 정도로 여겨왔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게된 것이야말로 당장 손에 잡히지는 않는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라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김대통령이 과테말라에서는 물론이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등 각 순방국에 첫발을 디딜 때마다 예상밖의 환대를 받고 현지언론들이 크게 환영한데서도 한국을 바라보는 중남미 각국의 눈길이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충분히 반영했다.

반면 90년대의 중남미는 우리에게 더 이상 정체의 땅 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해 용틀임 하는 육중한 땅으로 다가왔다고 김대통령을 수행한 정부관계자와 경제인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유명환(柳明桓)외무부미주국장은 칠레의 규율과 아르헨티나의 문화, 브라질의광대함등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 수행경제인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면서 이들 3국을 위시한 중남미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임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이들 중남미 국가와 양자및 다자관계는 물론 아시아와중남미간 지역협력의 필요성 과 필연성 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도 이같은 근본적인 인식변화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칠레와는 특별동반자관계 를, 아르헨티나및 브라질과는 실질협력관계 를 맺어 나가기로 한 것은 단순한 수사(修辭) 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이번 순방은 미국과 일본에 경제적으로 편중돼 있음을 고심하는 남미 3국이 한국이야말로 같은 중진국 으로 대등한 차원의 상호협력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는 친밀감을 느끼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근 1백년의 중남미진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 대통령의 첫 순방이뒤늦기는 했지만 중남미 국가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변화의 몸부림 을 치고있는 시점에 때맞춰 이루어진 것은 아주 시의적절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70~80년대 미.일등 강대국에 의한 경제적 종속을 거부하는 종속이론 의 영향을 받은 이들 국가는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했으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이룬 한국의 발전모델에 기회있을 때마다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런 기조위에서 김대통령은 중미 5개국과 한.중미5개국간 대화협의체 창설에합의했으며 칠레와 아르헨티나, 브라질등 남미국가들과는 △중남미국가 정책협의체인 리우그룹과의 대화협의체 창설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의 협력

지원 △미주개발은행(IDB) 가입지원 문제등을 요청, 각국 정상들로부터 긍정적반응을 얻어냈다.

또 김대통령은 이번 순방기간에 투자보장협정, 원자력협력협정, 항공협정, 사증면제각서등 미결사항으로 남아있던 9개 협정을 타결, 대중남미 협력증진을 위한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토대를 닦았다.

이와함께 김대통령은 남미 4개국에 자동차, 전자, 철강, 사회간접자본(SOC)등의분야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한편 아직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과테말라등 중미 5개국에는 각 1백만달러의 즉석 무상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인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남미 3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좋은 출발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위해 각계 전문인사로 이루어진 현인(賢人)회의 구성과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참여하는 무역.산업협력위 의 설치에 거의 의견을 접근시켰다. 이번순방이 1회성 행사여서는 안된다는데 양측 모두 인식을 공유한 셈이다.

현인회의 는 각국 정상들이 지명하는 정.관.재계와 학계.언론계등 각계 지도급인사로 구성, 앞으로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강화해 양국관계를 깊이있고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담보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 무역.산업협력위 는 경제.통상분야에서의 제도적 담보장치다. 양국 통상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와 기업 인사들이 동시에 참여, 양국간 경제.통상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할 뿐아니라 구체적 사업시행까지도 담당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이밖에 한반도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4자회담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등 우리의한반도정책에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하고 유엔등 국제무대에서 중진국 으로서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한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성과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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