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지 순례-모례 샘

종교는 삶을 윤택하게 한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종교는 윤기를 더하기 마련이다. 그 윤기도 처음에는 핍박과 고난으로 얼룩졌고 갖은 박해에도 꿋꿋히 민중과 더불어 갈고 닦은 끝에 오늘에 이른다. 종교가 지니는 근원에 접근해 보면 보다 지혜로운 현대의 삶을 꾸리는데도 많은 시사를 얻을 것이다. 대구, 경남북 일원의 성지를 찾아 간다.

1. 모례 샘

신라불교의 전래지 모례샘 가는 길은 초가을의 내음이 물씬 거린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가을바람이 상큼하다.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군위 인터체인지에서 선산 쪽으로 가다보면 일선교 못미처 오른쪽으로 소보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소보와 상주가는 길이 갈리고 상주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 모례샘을 알리는 희미한 입간판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인 팔공산 쪽으로 약 4Km 쯤 가야 모례샘이다. 이 곳이 신라불교의 전래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 2리 978.

신라가 불교를 공인하기 1백년전인 427년. 위나라 아도화상이 신라사람에게 불교를 포교하기 위해 이곳에 잠입한후 10여년간 머슴살이 했던 마을이다. 팔공산 자락의 한 끝이지만 산세의 흐름은 결코 만만찮은 동네다. 당시 아도화상은장자 모례의 집에 굴을 파고 숨어들었다. 낮에는 머슴일을 하고 밤에는 불법을전하는 고된 일과였다.

지금 모례의 집은 자취도 없다. 대신 모례샘만 천년의 흔적을 간직한채 불법이고여있다. 몇번 수리를 한다고 파헤쳐 놓기도 했으며 아예 덮어두기도해 불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기도 했다. 단아한 돌석으로 만든 샘은 바닥을 두꺼운나무판자로 깔아 놓았다는게 여느 우물과 다른 독특한 정취를 준다.

머슴살이를 끝낸 아도화상은 모례장자에게 눈이 올때 칡넝쿨이 담장을 넘으면넝쿨을 따라 오라 는 한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바로 인근에 큰 절을 짓는다. 지금의 도리사 자리다. 부처도 모시니 눈속에 복숭아 꽃과 오얏꽃이 만개한다. 그래서 절이름을 도리사라 지었고 마을 이름을 도개(桃開) 또는 도개(道開)라 했다. 불도가 열렸다는 뜻이다. 후일 모례 장자도 이 절을 찾는다. 몇년전 도리사에서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발돼, 세인을 놀라게 했으며 지금 적멸보궁에 모셔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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