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어릴 때만 해도 우리 집은 전압이 불안정해서인지 두꺼비집의 퓨즈가 나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정전이 되면 자꾸 퓨즈를 사러 가는 심부름이 귀찮아 어느날 나는 두꺼비집을 열고, 끊어진퓨즈 대신에 굵은 구리선을 바꾸어 끼운 적이 있다. 한동안 전기는 끊기지 않고 잘 지냈는데 어느날 우리집 텔리비젼을 비롯해 전축 등에서 매케한 연기가 나는게 아닌가. 두꺼비집이 작동을안하니 갑작스런 전압상승을 견디지 못해 가전제품이 다 타버린 것이었다.

호되게 꾸중을 듣고 당장 납으로 된 퓨즈를 여러개 사왔는데 그게 어떻게 된게 불량품인지 조금만 전압이 불안정해도 뚝뚝 선이 녹아 끊어졌다. 그후 더 잦은 정전사고를 맞고 마침내 제값의돈을 주고 제대로 된 정격퓨즈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갑작스런 전압상승때 미리 끊어져 집안 전기제품의 손상을 막아주는 두꺼비집에게 감사하며 그 정전의 어둠을 견뎠던 기억이 난다.우리 병원에 신경정신과가 없는 관계로 신경증환자나 화병 증세를 가진 환자를 많이 진찰하게되는데 나는 이런 환자를 너무 예민한 퓨즈가 끼워진 두꺼비집에 비유하곤 한다. 마치 퓨즈를 구리선으로 대체하여 혼이 났듯 이런 사람들도 과거 대책없는 선량함이나 무지 혹은 불의의 사고등으로 한번쯤 애를 먹은 경험이 있고 그후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불안이나 분노, 좌절, 갈등 혹은 상실 등의 불량 퓨즈를 계속 두꺼비집에 끼우게 된 것이다.실제 웬만한 가전제품은 어느 정도의 전압상승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듯이 우리몸의 각 장기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나 자극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별로심하지 않는 충격에도 정신이나 자율신경의 역치가 낮아진 신경증환자의 불량퓨즈는 쉽게 끊어져, 검사상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은 아픈 정전사태 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가끔씩 자신의 두꺼비집을 열어보고 자가검침을 하여 즐거움과 여유 의 정격퓨즈를 확인해본다면, 꼭 적절할 때 작동되는 두꺼비집으로 건강을 보호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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