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트레챠코프미술관

"매년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관람"8월의 러시아는 피서에 제격이었으리라고 부러워한 분도 계셨으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묘사했듯이무덥기 짝이 없었다. 죄와 벌 에서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한 것은 어두운 지난 세기말을 과장한것만이 아니었다. 돈에 미친 듯한 새로운 세기말의 러시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러시아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러나 미술관순례는 황홀했다. 18세기의 화려한 바로크양식으로 지어진 겨울궁전을 개조한 페테르부르크의 엘미타쥬미술관은 그 이름 자체가 은신처 란 뜻으로 현실을 잊게 했다. 그 장대함으로, 또한 고대 이집트로부터 인류가 창조한 모든 예술의 진수,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자상 이나 렘브란트 등을 비롯한 수많은 명화들로 감동의 극치에 이르게 했다. 고갱, 세잔, 고흐,마티스, 피카소를 위시한 19~20세기 서양회화의 진수를 다 모은듯한 3층까지 돌아보면 세계의 어떤 미술관보다 우수한 서양미술관임을 알 수 있다. 모스크바의 푸시킨미술관도 서양근대회화의수집으로는 세계적이다.

그렇지만 순례자는 황제나 부자들이 모은 궁전의 서양미술보다는 러시아 고유의 미술에 더욱 감격했다. 그래서 10세기간의 러시아미술을 모은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미술관이나 모스크바의 트레챠코프미술관을 더욱 오래 순례했다. 특히 교양있는 사업가인 트레챠코프가 세운 후자의 소박한 정문에 더욱 정이 갔다. 타르콥스키의 영화로 알려진 15세기 이콘의 화가 안드레이 류플로프나 19세기 최고의 리얼리즘 화가인 일리아 레핀과 수리코프의 작품 앞에서는 아예 얼어붙어 버렸다. 그 더위에도 불구하고.

고리키가 최대의 러시아 국민문화의 하나라고 상찬한 트레챠코프미술관은 매년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관람하는 대중교육기관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미술은 그 자체가 민중미술이다. 언제나 민중이 역사의 창조자로 등장한다. 백화나무의 깊은 숲을 떠나면서, 러시아미술이 러시아 민중의 가슴에 살아 있는 한 러시아에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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