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사 주간지 가디언 위클리 9월8일자호에 별나게 눈이 가는 기사가 있었다. 앞부분 국제란 상단에 지난 8월에 사망한 일본의 가장 창조적인 정치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에 대한 상세한 사망 기사가 커다란 사진과 함께 나 있었다.
몇몇 국내 신문에도 간략하게 보도된 바 있었지만 유럽 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을 보고여러가지 감회를 금할 수 없었다. 지난 봄 프랑스의 여류작가 마그리뜨 뒤라스와 러시아 혁명의이론가이자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던 부하린의 미망인 안나 라리나가 사망했을때 가디언지가 보도한 사망기사와 비교할때 마루야마의 것은 한결 비중있는 대대적인 보도였기 때문이다. (우연히도이들 세 사람은 모두 1914년 출생의 동갑내기이다)
명성은 국력이 배경
십대 소녀 안나와 42세의 부하린이 사랑에 빠진 것은 부하린이 공산당 정치국에서 축출되고 프라우다 주간직과 코민테른 책임자의 지위를 박탈당한 1930년의 일이다. 그들은 34년에 결혼하지만37년에 부하린이 체포되자 곧이어 안나도 인민의 적 의 아내로 체포되어 20년간 형무소와 유형생활을 한다. 59년 흐루시초프 시대에 사면받은 후 남편의 복권 운동을 벌여 88년 부하린은 공식적으로 복권된다. 회고록을 통해 그야말로 기구한 일생을 보여주고 스탈린체제하의 공포를 생생하게 증언한 안나 라리나는 한 시대의 비극을 구현한 인물로서 화제적 흥미가 짙은 인물이지만뒤쪽 특별기사란에 간략히 다루어져 있었다. 같은 호에는 콩쿠르상 수상 작가로서, 영화 내 사랑히로시마 의 대본작자이자 애인 의 원작자로서, 또 페미니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라스의사망기사도 나 있었는데 안나 라리나 것보다는 상세했으나 마루야마 기사에는 미치지 못하였다.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의 한 사람이요 석학이라고는 하나 마루야마는 세속적 지명도에서는 위의두 여성에 미치지 못한다. 1963년에 현대 일본정치의 사상과 행동 이란 제목으로 영역판이 나온저서가 그의 이름을 아시아 전문가 바깥쪽에까지 알려지게 하였다. 영역본 서평을 썼던 이는 시민적 자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곳에서 참다운 사회과학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별없는 일이다. 정치가 자유로운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도야말로 한 나라의 학문의 자유를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다 란 그의 말을 교수 취임 연설때 인용하였다고 한다. 육군 이병으로히로시마에서 종전을 맞았던 그의 정치학은 일본인을 정치적 책임을 주체적으로 떠맡는 근대적공민(公民) 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요약한 사람도 있다.
끈질긴 자기분석력
그의 명성이 경제대국 문화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국력을 배경으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의삼부작이 근세 일본 사상사연구 란 제목으로 74년에 번역 출판되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일본 사상의 원형(原形)의 탐색에 전념하였던 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외래문화의 압도적인 영향과 이른바 일본적인 것 의 끈질긴 잔존이란 모순의 통일로 일본사상사를 파악한 그의 저서가 주목을 끈 것은 일차적으로 일본에 대한 관심에서이다. 그러나 그의 업적이 크게 평가받는것은 동서양의 지적 전통에 대한 깊은 조예에 기초한 그의 방법적 견고성과 심도있는 자기분석력에서 말미암은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자연과학뿐 아니라그 사이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수준에 대해서도 세계적 공인을 받게된 것이다.16세기말의 통신사 김성일(金誠一)은 도요토미(豊臣)에 대하여 눈이 쥐와 같아 두려울것이 없다고 보고했다 한다. 우리 사이에서는 일본에 대하여 김성일투로 말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는무자각적 성향이 있다. 얄팍한 모방능력으로 경제동물로 부상했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다. 껄끄럽고 곤혹스러운 이웃일수록 냉철하고 객관적인 파악이 요구된다. 도덕적 수준을 포함하여 모든분야에서의 실력향상이 극일(克日)의 길이다.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여러 종류의 사회적 낭비를과감히 청산할 때란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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