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의 유능한 중견 검사가 최근 치솟는 아파트 전세값을 감당못해 검사장등 친지들의 만류를 끝내 뿌리친채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수당을 합친 월급2백60만원으론 품위 유지는 커녕 연간 1천만원씩 오르던 전세값을 대느라 급급해오다 올해들면서 한꺼번에 3천만원이나 오르는통에 그동안 신세졌던 친가, 처가쪽에 더 이상손내밀 면목이 없어 변호사개업쪽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한 중견檢事의 사표
며칠뒤엔 동경대(東京大) 법대를 나온 26세의 재일동포3세가 일본 어느 은행의 연봉8억원제의를과감하게 뿌리치고 연봉2천만원 남짓한 서울지검의 사무관직에 특채로 자원해 근무하고 있다는이색보도가 있었다. 한국어, 일어, 영어에 능통한 이 엘리트 청년의 최대 핸디캡은 이방인 취급의 시선이지만 사회변화에 큰 몫을 하는 공무원의 사명감에 고국의 박봉 을 선택했다는게 그 배경.
극단적인 이 두화제에 접한 우리들은 잠시 가치관에 혼돈을 일으키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잘못된 사회통념
권력과 부(富)의 상징으로 남자라면 젊은 시절 한번쯤 품어보는 청운의 꿈으로 여기는 검사(檢事)587가 생활고(生活苦) 로 사표를 냈다는 자체가 서민들의 상식으론 이해가 가질 않기 때문이다. 이헤아림속에는 검사가 과연 봉급만으로 살아가는 직업이냐는 강한 의문도 함께 내포돼 있다. 쉽게말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관행상 영감님 이라 불리어졌던 검사란 직책은 눈만 한번 부라리면 누구든 겁에 질려 내미는 두툼한 봉투 를 챙기는 권부(權富) 의 주인공으로 부러워했던 고전(古典)적 잔재가 서민들의 뇌리엔 아직까지 말끔히 지워지지 않고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잣집사위감으론 아직까지 상위에 랭크돼 있다. 그런 검사가, 그것도 만10년째 접어든 중견이 전세값을 못해대 사표를 냈다니 선뜻 수긍하지 못할 수밖에. 두 전직(前職)대통령의 천문학적액수의 비자금사건을 추궁하는 와중에도 때론 설렁탕이나 자장면으로 한끼를 때우는 보통사람 으로 검사의 실체를 인정하기를 좀체 꺼리는 세태, 이게 문제이기때문이다. 큰 유산도 없고 부잣집사위도아니며 맞벌이부부도 아닌한 이 검사의 봉급보다 적은 여타의 공직자들도 생활고에 허덕이거나사표를 내고 나와야만 뷩
置隙馨邕遠막 맞아 떨어진다. 아니면 전셋집규모를 줄이다 끝내 월세방신세로 전락해가야 한다.과연 우리 공직자들의 실상이 그러한가. 물론 선량하게 살아가는 부류가 많겠지만 개중엔 상당수가 봉급+α 가 있기에 잘들 살고 있다고 국민들은 여긴다. 이따금씩 불거지는 부정축재의 규모로서도 직급에 비해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이고 공직자재산등록상태를 꼼꼼하게 따져봐도 40년봉급을 몽땅 모은 액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다는 변명도 하지만 빚을 내지않는한 땅까지 사둘 여력이 없는게 우리나라 공직자봉급수준이다.
이쯤에서 8억원의 연봉을 마다하고 연봉 2천만원남짓의 검찰사무관을 택한 재일동포 청년의 행보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특별한 속사정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액면대로라면 통념상 잘못된선택 으로 여길 사시안(斜視眼)도 만만찮게 있음직하다. 그러나 중견검사의 사표가 청렴성으로 우리들에게 강하게 풍겨주듯이 우리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 으로 확산됐으면 하고 바라는 쪽이 많을건 분명하다.
公職者 정화 신중히
검찰이 중.하위직공무원들에 대한 사정작업에 착수, 벌써 이곳 저곳서 바닥에 붙었던 부패의 찌꺼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패는 척결돼야겠지만 중견검사가 생활고로 사표를 내는 우리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그대로 둔채 칼을 댄다는건 큰 배추밭속의 벌레 몇마리를 솎아내는 형식논리밖에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의 임기나 자치단체장의 재선여부를 셈하며 엎드려 있을 공직자들만 양산시키는 역작용을 부를 공산이 크다. 더욱이 기업의 감량경영으로 큰 사회문제를 잉태한 대량의 실업군(失業群)까지 잠복해 있는 각박한 상황이다. 항산(恒産:생업.재산)없는 자(者)는 항심(恒心:충직성)도 없다 고 군왕에게 일깨워준 맹자의 치세(治世) 문구를 먼저 음미해 볼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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