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北 무장침투와 구멍난 防衛

적화통일 망상 못버려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우리에게 충격과 경악 그리고 분노를 한꺼번에안겨주었다. 이로써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대화를 통해 동반자 관계로 정립해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는 무참히 꺾여 버렸다. 역시 두얼굴을 갖고 있는 북한은 그들이 추구하는 적화무력통일의 망상을 버리지 않는한 우리의 영원한 적일수밖에 없음을 이번 간첩사건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구 소련과 동구의 공산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가 동서화합의 탈냉전시대로 접어들었으나 북한만은 그들의 이념이나 정책을 전혀 수정치 않고 또 국제대열에 동참하려는 개혁의지를 보이지않고 있다. 그들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유엔을 비롯한 선진각국에 식량지원등 손을 벌리면서도꾸준하게 군비증강에 힘써 왔다.

북한은 어떤 음모를 꾸미기 위해선지는 몰라도 지난 18일 새벽 무장잠수함에 20명의 게릴라를 승선시켜 우리나라 동해안에 침투시켰다. 다행히 잠수함이 좌초되는 바람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1명은 생포되고 잠수함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11명이 자폭했다. 나머지 8명의 침투조는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퇴로를 찾고 있으나 19일 오전 현재 3명이 사살되고 1명이 생포됐다. 그러나 우리 군.경.예비군이 나머지 4명의 뒤를 추적하고 있어 이들의 체포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긴장유발로 보상얻으려

이번 잠수함간첩사건은 분명한 대남도발행위이며 중대한 휴전협정 위반이다. 북한의 무장간첩 침투사건은 잊을만 하면 다시 저질러지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종전의 것은 3~4명 단위의소규모였는데 비해 이번 사건은 3백25t급 잠수함을 동원한데다 무장병력도 20명이어서 그 동기가심상치 않다.

흔히 독재자들의 낡은 수법중의 하나가 국가의 위기상황을 안에서 풀려하지 않고 밖에 긴장을 조성하여 민중의 관심과 불만을 따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의 간첩침투사건도 이런 맥락으로이해한다면 북한내부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짐작할수 있을것 같다.

북한의 은밀한 의도는 여러 갈래로 해석할수 있지만 흔히 문제아들이 그러하듯 문제를 반성과 성찰로 풀려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보상을 얻으려는 한심한 자구책으로 밖에 이해할수 없다. 북한은 올들어서만도 판문점공동경비구역과 휴전선비무장지대 그리고 서해해상등에서 노골적인 군사도발을 감행했으며 그때마다 그들이 노리는 무엇을 복선으로 깔고 있었다. 이번 간첩사건도 한반도에 긴장을 유발시켜 미국을 평화협정의 틀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과 또 호전적 근성을 강하게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체제위기를 연착륙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형성을 목표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위의 차원을 넘어선것 같아 불안하다. 무장게릴라들은 자동소총을비롯 충분한 화기와 탄약을 갖고 침투했기 때문에 우리의 방위시설파괴나 요인암살 또는 도시게릴라로서의 무차별 시민살상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안보태세에 혹시 구멍이나 허점이 없는지를 항상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안보태세에 뚫린 구멍들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사건의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생포된 간첩의 말에 의하면그들은 만하루전인 17일 새벽에 도착, 자신은 정찰하기 위해 잠수함을 벗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우리의 초병을 비롯한 감시망은 하루종일 헛감시를 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그리고 이번 침투지점은 간첩침투취약지로 좌우 2백m지점에 군초소가 있었으나 경계근무를 소홀히 한 탓에 무장게릴라들이 집단침투해도 감지하지 못했다. 대단히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잠수함이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면서 해안선 50m까지 접근해와도 우리 군의 레이더를 포함하여 모든경계능력은 잠을 자고 있었다고 말할수 밖에 없다.

최초 발견신고에 대한 군의 발표는 도대체 신빙성이 없다. 최초신고자인 택시운전기사인 李鎭圭씨는 18일 새벽1시35분에 신고했으나 군은 새벽2시였다. 더욱이 李씨는 군초소에 신고했으나 관할이 아니다 며 신고를 받지 않은 책임은 무엇으로 감당할지 모르겠다. 이외에도 잠수함의 제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으니 우리의 안보가 정말 이대로 가도 좋은지 의구심이드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모든것을 제쳐두고 우선은 도망중인 나머지 무장간첩을 빨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무고한 양민의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빨리 읽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의 무장간첩남파는 이번으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에는 특수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이5개조직에 8만여명에 이른다. 낭만적 통일논리에서 일탈하여 현실적 안보논리로 돌아서야 한다.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철조망을 다시 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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